더 큰 위기를 예고한다

[시론] 하승창l승인2009.01.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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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죽어 나갔다. 용산참사는 지난 한 해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전략으로 국회가 소란스러울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정치적 반대파나 이견을 가진 그룹의 의견이나, 혹은 비록 그것이 생존권적 요구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집행에 걸림돌이 된다면 무시하거나 치우고 간다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있는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그 대통령의 노선에 너무 충실한 것이 참사의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노선을 충실히 집행한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당당하며,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똑같이 하겠다고 큰 소리 친다. 국민들이야 죽거나 말거나 현행법에 조금이라도 ‘위법’한 행동을 한다면 족치겠다는 소리다.

대통령은 자신의 노선은 옳았을 뿐이고, 집행과정에서 차기경찰청장 내정자가 잘못했을 리 없고, 철거민들이 분명 잘못했을 테니 확인해보자며 국민들의 ‘마음’과 겨루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위법한 행동은 ‘정의’를 위한 것이고,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이니 정당한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해 촛불시위 당시의 ‘사과’도 그저 말뿐인 사과였다는 것은 만천하가 알고 있는 사실이거니와 이번에도 다른 목소리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기대할 것이 없는 지도 모른다. 대통령 자신은 오불관언하고 속도전으로, 정해진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산참사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다가 올 경제위기에 이은 사회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조차도 1월 22일자 1면 기사에서 ‘다가 올 위기는 10년 전의 위기와는 성격이 다를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공감대만이 다가 올 고통을 줄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던져야 할 메시지는 ‘너무 추운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먼저 옷을 벗고 추위를 맞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 가슴은 황량하며 그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용산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다가오는 추위로 국민들을 먼저 내쫒고 있는 셈이니 ‘우리는 하나’라는 공감대를 얻기는 난망이다. 11년전 외환위기 때는 그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으로 거리에 내몰리면서도 모두가 위기극복에 함께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그 공감대는 금모으기라는 국민적 운동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 할 때 생긴다는 것은 오래 된 진리이다. 신뢰가 없는 정부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이번에도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에 답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무엇을 요구한다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 될지 모른다. 국민들로서도 민주적 절차로 선출되었으면서도 국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이라는 기대를 배반하고, 불법적으로 들어 선 독재정부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겪어 보지 못했던 이상한 정부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셈이다.

염치마저 없는 정부인지라 이런 이상한 꼴을 만들어 놓고는 애꿎은 국민 탓만 한다. 그냥 광우병 여부는 신경 쓰지 말고 먹으면 될 소고기를 못 먹겠다며 괜한 촛불을 들어서 그렇다느니, 그냥 한데 잠자면 될 일을 이전비 보상하라며 공사해야 되는 건물에 농성하고 있어서 그렇다느니 하는 셈이니 이성적 설득으로 될 일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이제 용산참사는 더 큰 위기를 알리는 예고편인 셈이다. 계획되지 않고 조직되지 않은 우연적 요소로 인한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줄줄이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제 이명박 정부가 어지러이 만들어 놓은 나라와 사회를 대통령 한 사람을 교정하려 하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세울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숙제가 시민사회에 놓여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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