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적과 명박도·명텐도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2.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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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것다/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1970년 월간지 ‘사상계’ 5월호에 발표된 시인 김지하의 담시 ‘오적’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적은 권력층인 재벌, 국회의원, 장성, 고급공무원,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비유해 이들의 부정부패와 초호화판 방탕생활을 통렬하게 풍자했다. 특권층을 날카롭게 공격하고 서민의 한을 담아낸 서사시로 판소리를 계승 발전시킨 점이 높이 평가된다.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시인은 오적을 ‘개 견(犬)’자가 들어가는 조어로 표현하여 짐승의 탈을 쓴 인물로 탈바꿈시키고, 이들이 모여 도둑질 대회를 벌이는 것으로 묘사했다. 오적을 잡아들일 임무를 부여받은 포도대장은 오히려 이들에게 매수되어, 오적을 고해바친 죄 없는 민초 ‘꾀수’를 무고죄로 감옥에 집어넣고 자신은 도둑촌을 지키는 주구로 살아간다. 시인은 포도대장과 오적의 무리가 어느 날 아침 기지개를 켜다가 갑자기 벼락맞아 급살한다는 고전적 기법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동원하여 사상계 발행인과 편집자, 필자를 연행하여 조사했으며 검찰은 반공법으로 이들을 구속했다. 김 시인은 자신이 쓴 대로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았을 것이다. 오적이 실린 사상계 5월호는 금서목록에 올라 시중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사상계는 폐간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신랄하게 꼬집은 풍자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블로거 ‘MP4/13’이 쓴 ‘전설의 섬 명박도를 아십니까?’와 이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을 패러디한 초딩용 게임기 ‘명텐도 MB'가 화제의 중심에 올라 있다. 이들 패러디물은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두 번째 버전이 나왔고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명박도’는 이명박 정부를 뜻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각종 사건들을 망라하여 문제점을 거론한 패러디물이다. 명박도의 자연과 지리, 역사, 문화 등으로 나눠 백과사전식으로 전개하며 이명박 정부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명박도에는 ‘줄파산’과 ‘줄도산’이라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두 봉우리에서 나오는 식수의 이름은 ‘어청수’와 ‘한승수’다. 어청수가 인기가 좋고 한승수는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어청수 주변에는 대포집인 ‘물대포’가 가장 유명하다. 한때 인기가 높았던 빙과였던 하드 ‘미네르바’는 왕족의 미움을 받는 바람에 판매 금지됐다. 종교는 불교로 고승 ‘최시중’은 고유한 음악 장르인 ‘방송장악’을 제창했으며, 최근 ‘방송장악 음모’라는 악기가 발굴됐다.

명박도는 누리꾼의 댓글로 더욱 진화하고 있다. 명박도를 둘러싼 바다의 이름은 ‘오해’이다. 명박도로 가려면 ‘747’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며, ‘홍준표’라는 표 외에는 통행할 수 없다. 명박도의 특성을 만화로 그린 그림지도도 나왔다.

누리꾼들의 새로운 '오적'

‘명텐도 MB’는 “위대하신 민족의 영도자 MB가카께서 순시 중에 말씀하신 주옥같은 말씀을 받들어 새롭게 출시한 초딩용 게임기”라고 소개한다. 명텐도의 용량은 2MB 대용량으로 확장불가이며 좌회전 버튼과 빨간색을 완전히 제거했다. 또 일본산 조명시스템인 뉴라이트를 기본 장착했다. 기본제공 타이틀로는 물대포, 방패, 최루액 등을 사용해 촛불시위대를 진압하는 ‘가카를 지켜라!’와 방송장악 논란을 빗댄 ‘방송국 점령작전’이 있으며 ‘대운하를 파자’ ‘역사를 뒤집어라’ 등의 타이틀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명텐도 MB’ 두 번째 에디션도 나왔다. “위대하신 가카의 특징을 완벽하게 반영하여 가카만의 삽질경제 철학을 반영한 전용 터치삽을 적용”했다. 신개념 콘솔게임기 ‘명텐도 Gii’ 등 새로운 기종도 속속 등장한다. 새로운 게임 타이틀도 계속 나오고 있다. ‘명탐정 가카 에피소드#2 메네르바를 찾아라’, ‘매일매일 MB 삽질 트레이닝’, ‘짜고 치는 고스톱 MB’, ‘MB가카와 이상한 좌빨’ 등이 출시됐다. ‘심시티 서울’은 “서울을 위기에 빠뜨리면 가카님의 애정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명박도와 명텐도는 우리 사회를 풍자한 시사유머일 뿐이다. 김지하 시인이 오적을 통해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풍자했다면, 오늘날에는 누리꾼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 사회를 패러디한다. 명박도를 쓴 블로거는 “개그를 개그로 보지 못하고 잡아 가두는 나라라면 창살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감옥 속에 사는 게 아닌가 싶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개그조차 참지 못한다. 40년 전 김지하 시인의 풍자를 옭아맸던 반공법 대신에 이명박 정부는 누리꾼의 패러디를 말살하는 사이버 모욕죄를 만들려 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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