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터·미디어·메시지 통제 반복

[진단-언론탄압의 과거와 현재]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WB)는 지난달 13일 미네르바 구속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미네르바의 석방을 촉구했다. 언론 자유 신장과 언론인들의 인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RWB는 매년 전 세계 나라를 대상으로 ‘언론자유 지수’를 조사해서 발표한다. 한국은 2008년 조사에서 2007년 보다 8계단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YTN, KBS 기자 중징계, 언론사 사장 자질 논란, 미디어법 개정 등은 위 통계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언론자유지수 8계단 하락

한국 언론 역사는 언론통제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은 △커뮤니케이터 통제 △미디어 통제 △메시지 통제로 크게 분류된다.

먼저 커뮤니케이터 통제가 있다. 이는 언론인 통제를 말한다. 군사독재정권들이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법으로 악용한 것이 바로 이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탄압이다. 언론인 통제는 강제 해직, 중앙정보원에 의한 언론인 사찰, 법에 의한 언론인 구속 및 고문 등으로 행해졌다.

이러한 언론인 통제에 반발하여 지난 1974년 10월 동아일보사 기자들이 ‘10.24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고 이후 전국의 언론사로 이 선언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전두환 정권시대에 이르러 또다시 언론인 강제해직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국가가 기자자격을 심사해 자격증을 주는 프레스카드제를 도입해 비판적인 성향을 가진 언론인은 취재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시민사회신문DB

한국언론의 역사는 언론통제와 이에 반발하는 언론인들의 투쟁으로 점철됐다. 사장 임명 거부 투쟁 200여일째를 맞고 있는 YTN의 한 조합원 상의에 그려져 있는 '낙하산' 반대 그림은 현재의 언론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통제는 언론사 통폐합 및 폐간으로 대표된다. 5.16 이후 한국언론사는 세 차례의 통폐합을 당한다. 첫 번째는 1961년 5월 ‘언론기관 일제 정비’ 두 번째는 1972~1973년 ‘지방지 1도1사 통합 추진’ 세 번째는 1980년 말 대규모 ‘언론통폐합’이다. 당시 외신은 한국언론을 가리켜 ‘벙어리 신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1961년 민족일보 폐간, 1961년 문화방송 강탈, 1966년 경향신문 강제 매각, 광고탄압 등이 미디어통제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메시지 통제가 있다. 이는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비판적인 기사를 차단한다는 차원을 넘어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독재정권은 각종 언론규제법을 제정해 메시지를 통제했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부가 언론사를 언제든지 폐간시킬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도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언론사는 폐간의 두려움을 지녀야만 했다.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시기가 과거 1960~1980년대 상황이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언론노조와 언론을 감시하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생겨나면서 언론자유에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2009년 현재 또다시 통제의 우려 앞에 언론이 서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이 구시대적 발상이며 과거 독재정권과 같은 탄압 방식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폭행·고문없어도 발상 유사

최근 일어난 YTN 기자 해직 및 언론인 중징계 사태는 커뮤니케이터 통제로 보인다.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을 무리하게 언론사 사장으로 선임한 것과 ‘아프리카’사장 구속, 포털에 대한 세부조사 등은 미디어통제로 해석된다. 그리고 사이버 모욕죄는 메시지 통제이다. 메시지 통제는 이미 보도된 뉴스에 대해 심의라는 명목으로 제재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

물론 과거처럼 언론인을 구속시키고 폭행과 고문을 가하는 물리적인 압박은 없다. 그러나 흔히 ‘언론악법’이라고 불리듯 법을 통해 언론사 및 언론인을 통제하려는 발상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인데 이를 통제하고 억누르기 위한 조치인 해직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직 당하는 개인에 대한 조치도 물론 필요하지만 언론인으로서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영진 선임에 대한 법적인 제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언론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가능한 경영진을 뽑는 것이 가장 큰 대안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언론이 사유화 되면 제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이럴 경우 언론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져 결국 언론으로서의 권위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법’ 앞세운 전방위적 간섭

최근 <한국의 언론통제>라는 책을 써 낸 김주언 시민사회신문 편집인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법 개정은 국정원 업무를 국내까지 확장해서 정치와 언론을 사찰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기자들이 취재 활동을 하기 어려워짐을 뜻한다”며 과거 군사정권시절과 비슷한 통제 방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과거에는 통제 구분이 명확했으나 오늘날은 법을 이용한 전방위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975년 당시 동아일보기자로 해직을 당했던 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정동익 위원장과 작년에 해직 통보를 받은 YTN 조승호 기자를 만났다. 33년이라는 시간 간격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모습은 닮아 있었다.

“힘들게 얻은 민주주의… 후퇴는 안돼” 1975년 해직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근황을 묻는 질문에 정동익 위원장의 표정은 어두워 졌다. 지난해 10월 지난 1975년 동아일보 기자 강제해직 사건을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중앙정보부 등의 개입사실이 밝혀졌다는 반가운 소식에 한시름 놓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동아일보의 사과 거부와 용산참사 등으로 여전히 근심 많은 모습이였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기자 해직 파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970~1980년대는 군부독재 시절이라 해직 기자라는 단어가 익숙했죠. 전두환 정권에는 1천여명 가까이 해직됐습니다. 그 당시에나 들었던 해직기자라는 말이 다시 들리는 것을 보니 권위독재정권 시절로 회귀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정동익 위원장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라고 강조하며 “6월 항쟁을 겪으면서 쟁취한 언론자유가 훼손되는 것을 보니 해직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는 유신정권 시절이다. 경찰이 상주하고, 보안사 및 각종 기관원들이 언론사에 드나들며 기사 편집을 간섭하던 때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기자 생활을 할 수 없음을 느끼고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국민에게 지탄받는 언론인이 되지 말자고 결심한다.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신천선언이 이렇게 발표됐다. 동아일보 기자들의 노력에 국민들은 엄청난 성원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정부는 또다시 ‘광고탄압’이라는 무기로 공격해왔다. 결국 회사를 지키던 기자들은 폭력적 방식으로 회사에서 쫓겨나 강제해직 됐다. 이후 생겨난 것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다. “공식적으로 잘못된 해직임이 밝혀졌고, 동아일보는 해직 기자에게 사과하라는 조치가 취해졌지만 아직까지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동익 위원장의 말이다. “독립성과 공정성은 방송사의 존재 이유입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더욱 그러합니다.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고 이는 명백히 공정성을 해치는 일입니다.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기자들을 힘의 논리로 강제해직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어 그는 예전과 달리 민주의식이 성숙되어 언론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YTN을 향한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 “명분과 여론 바탕, 공정보도 쟁취할 것” 200일 투쟁 조승호 YTN 해직기자 지난달 2일은 YTN 노조가 구본홍 씨 사장 임명을 거부한 투쟁을 시작한지 200일이 되는 날이다. 노조 사무실은 국민들이 보내온 격려 메시지로 가득했다. YTN 해직기자 중 한명인 조승호 기자를 만났다. ‘대통령 언론 특보를 지냈던 사람은 언론사 사장이 될 수 없다’는 명분과 국민 여론에 힘입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조승호 기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재승인을 위한 보도국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크게 양보한 상태입니다. 이와 별개로 구본홍씨 거부 투쟁은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200일 넘게 구분홍 거부 투쟁을 해온 YTN 노조 중 6명은 해직이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구본홍 씨 출근저지, 업무방해, 인사명령 거부 등이 가장 큰 이유다. 구본홍 씨는 정상적으로 보도국장을 뽑지 않고, 사장 이미지를 망치는 보도를 자제하도록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세워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고 조승호 기자는 지적했다. 중징계를 받은 심경을 물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죠. 제가 한 행동이 해고사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출근을 막았고 구본홍 씨가 한 행동을 저지한 것은 공공방송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기자로서 당연한 투쟁입니다. 해직문제는 법적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승호 기자는 해직이라는 중징계에 대한 부당성을 이어 설명했다. “구본홍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언론 특보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군부독재시절에는 이와 같은 유래가 있었지만 오늘날 같은 민주주의 수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 특보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순간 시청자들에게 어용언론으로 낙인찍히고 외면 당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광고수입도 줄어들게 되고 회사 생계에도 치명타입니다. YTN이 사는 길은 공정방송을 지키는 길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들에게 관심을 요구했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을 경우 그 폐해는 심각합니다. 언론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해서 국민들이 공정하게 정보를 취득하고 판단해 나가야 이 사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삶과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지 말고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면 명분과 지지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이민하 인턴기자

이민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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