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25명 중 9명 CJ대한통운’ 의혹

소비자주권시민회의l승인2024.04.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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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단가와 무리한 처리 물량,

‘과로사 25명 중 9명 CJ대한통운’ 의혹

연 15%이상 시장 성장에도, 경쟁으로 추락하는 택배기사 근로환경

CJ대한통운, 대리점 앞세워 ‘택배기사 과로사’ 외면

경영상 위험 통제 및 경쟁력 제고 위해 근로환경 개선 귀 기울여야

1. 국내 택배산업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전자상거래 발달과 함께 성장했는데, 택배 서비스는 차별화가 쉽지 않아, 초기에는 우후죽순처럼 업체들이 증가했다가, 대기업 택배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2. CJ그룹 합류 후 10년 동안 CJ대한통운의 매출액은 2013년 3조 8천억원에서 2022년 12조 7,088억원으로 8조원 이상 증가했다. 또 2013년 연간 5억 3,400만개 수준이던 택배 물동량은 2021년 최대 17억 5,5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나, CJ대한통운의 10년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과 그에 따른 과로사가 사회적인 문제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20년 한 해에만 15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택배기사의 혹독한 근로환경이 사회적인 관심을 모았다. 택배기사는 택배사로부터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주와 재위탁계약을 체결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자영업자로서, 종래에는 노동법상 권리·의무 주체의 요건인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단체교섭을 비롯한 노동3권의 구체적인 행사 가능성이 열렸다.

4.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020년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했고, 택배노조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다. 그리고 올해 1월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에 관한 의미있는 판결이 선고됐다.

5.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사안의 배경이 되는 CJ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 현황과 당사자인 전국택배노동조합과 CJ대한통운 측 주장의 요지, 이에 대한 노동 당국과 법원의 판단에 대해 조사했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CJ대한통운과 우리 사회의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6.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 20여년간 연 15%이상 폭증하는 시장의 성장에도 과당경쟁으로 추락하는 단가

- 택배기사들의 소득 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택배기사들은 일정한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무리한 노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전년 대비 물동량은 20.9% 폭증했지만, 단가는 오히려 –2.1% 감소한 가운데, 지난 2022년 윤건영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에만 15명의 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2020년 택배기사 1인당 하루 평균 처리 물동량이 255개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 CJ대한통운, 높은 영업이익 성장 뒤에는 낮은 택배 단가와 높은 노동 강도

- 최근 5년간 CJ대한통운의 물동량이 연평균 5.5% 증가하는 동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연평균 10.5%, 40.3% 성장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의 택배 평균판매단가는 연평균 4.1% 증가했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CJ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처리 물동량은 최소 250.5개에서 최대 345.6개에 달해 업계 평균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CJ택배기사의 근로시간과 근로강도는 업계 평균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업무 실질·구체적 지배·결정하면서 근로환경 교섭은 거부

- 2018년 1월 이후 택배노조는 위·수탁계약을 맺은 대리점주들과 CJ대한통운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리점주들과 CJ대한통운 측은 이를 거부했다. 법원은 위·수탁계약 체결한 직접 당사자 사이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노동법 중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상의 판결에 따르면, 전체 CJ택배기사의 약 95%에 이르는 대리점 택배기사가 노조를 통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 올해 1월 24일 서울고등법원은 2심에서 단체교섭의 대상인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면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고 보아, 대리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7.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위의 조사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개선의견을 제안한다.

□ CJ대한통운, 연평균 40% 영업이익 성장 뒷받침한 근로환경 개선 혁신 나서야

- 택배기사들은 택배 사업의 주요 업무를 실행하면서, 개별 고객들과 직접 접촉하는 핵심 필수인력이다.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은 택배 물류 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면서, 택배사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다. 그러나 택배사의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낮은 진입장벽, 높은 경쟁압력으로 인해 경제적 협상력에서 열위에 있는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향후 CJ택배기사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또 다른 산재 사고 등이 이어진다면, 이는 국내 대표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의 심각한 경영상 위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CJ대한통운은 경영의 위험을 예방하고 기업 경쟁력의 제고를 위해라도, 달라진 판결의 확정을 기다리지 말고, 단체교섭의 법률적 형식을 떠나 택배기사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 대규모 인력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택배 산업의 근본적인 특성과, 기업에 대해 ESG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고려하여, 혁신을 통한 근로환경 개선에 경영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 22대 국회, 사회적 공감대 반영 노조법 제2조 개정을 통해 기본권 보호 나서야

- 이 사건 판결이 대법원에 상고됨에 따라, 2심 판결의 법리가 판례로 확정될 경우,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둘러싼 노사관계 실무에서 형식적 계약관계의 외관이 아닌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이미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 지난 21대 국회는 이러한 대법원 판단을 원용하여, 노조법 제2조가 규정하는 ‘사용자’의 정의에 추가하는 개정을 추진했으나 입법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간 입법의 불비로 노동법의 보호 밖에서 헌법상 명시적으로 기재된 기본권마저 침해받고 있는 택배기사들을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 지배력’의 법리를 구체화한 노조법 제2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가올 4월 10일 새로 출범하게 될 22대 국회는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여, 다시 한번 노조법 제2조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24년 4월 3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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