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보진영 대화 제안 시도를

기획-오바마 시대, 무엇을 말하는가:(10)오바마 모델과 진보세력의 미래 김민웅l승인2009.02.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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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계맺기, 민간부문도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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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바마 플랜
2. 오바마와 미 헌법, 미국 민주주의
3. 오바마와 미국 정치
4. 오바마와 경제
5. 오바마와 노동, 복지
6. 오바마와 신앙
7. 오바마와 미국의 세계적 역할
8. 오바마 그리고 미국 역사의 변화
9. 오바마와 우리의 관계
10. 오바마 모델과 진보세력의 미래

그렇지 않아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한했다.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안정적 구도와 기타 통상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시동작업이다. 역대 국무장관 가운데 대통령급 국무장관이라는 점에서 힐러리의 방한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서울 방문 직전, 그녀가 북한의 권력계승과정의 전환기적 불확실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권력 계승, 조만간 위기 올 수”라는 식으로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그녀의 진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처를 조속히 마련하자는 것에 있었다. 직접 대화와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거시적이고 장기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를 강경대응 정당화로 몰아간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한반도 정책이나 기타 국내사안의 대응 자세는 기본적으로 오바마 정부와 대치된다. 오바마가 노동과 복지를 두 기둥으로 하고 경제정책을 펼쳐나가려는 것과는 반대로, 이명박의 경우 자본의 이익을 우선으로 놓고 노동과 복지가 이에 제한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북 대화채널 차단과 적대시 정책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고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이명박의 정치 외교적 궁합은 출발점에서부터 어긋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오바마 정부가 이명박 체제와 갈등과 모순의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러한 틀을 통해 미국이 원하는 바를 보다 신속하게 얻어낼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충실하면서 권력의 기반을 다져온 역대 한국정부의 관성적 자세가 척결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미국이 기존의 제국주의적 패권체제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MB정부와 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상대해야 하는 오바마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나 정치에 대해 깊이 반발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나 기타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을 경우 오바마 정부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 부정적으로 직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오바마로서도 한-미 관계의 새로운 변화나 한반도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작업에 기본적인 한계와 마주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수 있겠는가? 그 답은 분명하다. 공식적이고도 제도적 수준에서는 정부차원의 외교에 주력할 수 밖에 없겠지만 한국 내부의 시민사회 진영 내지 진보진영의 육성을 보다 깊게 듣고, 이들과의 보다 활발하고 심도 있는 관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나갈 때 한국의 정세인식에 있어서 균형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오바마 정부의 진보적 외교노선과 대화상대가 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미 관계의 우호적 구축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일이 된다.

‘오바마-바이든 플랜’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서 타운 미팅 등을 통해 풀뿌리 운동의 현장과 맞닿아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정책을 수립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과 궤를 같이 하여 한국사회 내부의 다채로운 견해와 만나고, 이를 정책적 수준에 반영해나간다면 보다 생생한 동력을 가지고 단계가 달라진 목표를 구현해나가는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진보진영은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구조적으로 패권체제를 당장에 허문 것도 아니고 오바마의 등장이 미국의 기존관성을 해체시키면서 우리의 민족적 이해나 경제적 관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거나 순진한 기대일 수 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꾸준한 대화와 인식의 교류, 논의의 활성화는 새로운 정세인식에 기초한 새로운 정책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비판이 한 쪽에 존재하는 한편, 다른 면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정부와 진보적 차원의 협력이나 교류가 가능한 여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진보진영을 얼마나 가치 있게 주목하고 대화에 노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진보진영이 오바마 정부의 등장에 일정한 기대를 걸고 있고, 서로의 철학적 합의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과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관계 맺기와 그 관계의 강화는 의미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진보진영은 미국에 대한 연구를 보다 깊게 밀고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구조뿐만 아니라 그 역사, 철학, 법, 외교사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지난 시기에 미국을 의미 있게 발전시켜온 민권운동이나 진보적 지식인들의 헌신적 투쟁 그리고 미국 사회 내부의 풀뿌리 운동에 대한 연구와 교류가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 현지의 미국 대사관 당국과 진보진영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과 미국 양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드는 작업도 소중해진다.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

미국의 정책수립 과정에서 이러한 진보진영의 노력과 정세 인식과 관련한 견해의 투입은 상대를 일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이 축적되어 가면 우리는 한-미 관계의 진전된 미래를 공동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협력 체제를 구축해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맥적 차원에서나,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차원에서나 모두 공동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미국의 패권적 일방주의로 해서 진보진영과 미국 정부의 관계는 때로 험악한 상태로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등장은 그러한 과거를 상당 수준에서 교정하는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진보진영도 오바마 정부의 상대적 진보성과 만나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이 한반도 미래를 위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오바마라는 새로운 리더십 체제의 출현을 세계가 주목하면서 그것이 움직이는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환상은 안된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곧 오바마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환상적이 되거나 미국의 외교행태가 보이는 문제에 대한 비판을 접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그것대로 하되, 그간 하지 못했던 미국 정부와의 새로운 관계 수립의 경험은 진보진영에게 현재로서도 의미 있고 향후 집권을 했을 경우에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경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진보진영의 대화와 논의가 보다 공식화되고 폭넓어지는 과정을 밟아나가면 우리의 현실을 옥죄고 있는 여러 가지 긴장과 모순을 해결하는 작업에 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입지를 이명박 정부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지 않겠는가? 진보진영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끝>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시민사회신문 편집주간

김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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