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기부하다

<나눔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More give to live: How giving can change your life. 더그 로선. 임금선 옮김. 아르케. 2004)>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give to live'. '살기 위해 기부한다'는 이 말은 무척 새롭다. '잘' 혹은 '착하게 살기 위해 기부한다'는 말은 있을 법하겠지만, 살기위해 '먹는다'도 아니고 '기부한다'니, 머리말부터 잔뜩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에 틀림없다.

오랫동안 물을 연구했던 일본학자 에모토 마사로는 물을 떠놓고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며 애정을 쏟으면 신기하게도 물의 결정체가 아름답고 건강한 구조로 변한다고 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은 물이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애정과 관심을 가지면 그 상대는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된다는 말이다.

기부를 하거나 남을 도우면 생리적으로 사람이 건강해지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굳이 과학적 증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믿음이 가는 일이다.

환자들에 대한 플라시보의 효과를 보더라도 사람의 몸과 건강은 심리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몸이 건강해지면 사회생활도 더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기부를 하면서 오히려 재산이 늘었다는 말도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결정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엔돌핀 넘치는 마음으로 밝고 희망적으로 생활한다면 마음먹은 어느 일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이 책의 저자 더그 로선은 사람이면 누구나 기부와 봉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진 돈과 재산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시간이란 자원은 누구나 똑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을 내어 봉사한다면 역시 남을 돕는 훌륭한 기부가 된다고 한다.

기부는 단지 돈을 적선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어떤 것이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일수록, 그것을 나눈 효과와 의미는 더 크다.

나눔이 정신적 만족효과를 넘어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심지어 돈도 더 잘 벌게 한다는 주장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하고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은끝으로 나눔의 의미와 범주를 세계로 확장하여 설명하고 맺는다.

다시 '살기 위해 기부한다'는 말로 돌아가, 복잡하고 스트레스 넘치는 현대사회의 생활에서 과연 기부가 생존의 대안이 되는 것인가? 비슷한 의미로 '같이 사는 것'이 현대 인류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구가 비좁도록 기하급수로 불어나는 인구가 지구의 한정된 자원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이타적으로 사는 것밖에 없다.

우리는 농사를 짓고 아담한 마을에 살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충분히 배우고 지켜왔다. 공동체로 살아가는 방법은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이란 생각을 기초로 한다.

혼자의 욕심으로 논개울의 물을 다 끌어다 써버리면 동네사람들 모두가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저수지가 말라 자신의 농사도 망치게 될 것이다. 바로 가렛 하딩이 말했던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그리고 바로 'give to live'가 증명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충분한 준비와 약속 없이 급속하게 확장되어, 논에는 공장이 지어지고 농부는 노동자가 되었다. 우리는 달라진 사회에서 같이 살아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고, 자본주의는 천박하게 성장해 갔다. 우리사회에서 기부의 가장 큰 동기가 되는 것은 여전히 눈물이다. 눈물과 동정은 기부자의 도덕적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뿐, 개인 혹은 모두가 살아가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적절한 '같이 사는 법'을 만들거나 발굴해야 한다. 이게 바로 비영리재단이나 NGO의 역할이다.

그리고 혼자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듯이 우리만 사는 지구도 아니다. 세계 공동체의 핵심은 평화일 것이고, 평화는 인류생존의 길이 될 것이다. 평화를 외치는 것은 몰현실적 감상주의나 이상주의가 아니라 엄연한 과학이고 문제의 현실적인 대안이다.

덧붙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인류만이 아니라 자연과 생물들이 우리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같이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