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움직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1일 인권위에게　인권위 기구를 현행 5본부 22개팀 4소속기관을 1관 2국 10과로, 2국 9과 4소속기관을 감축시킬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또 인력을 208명에서 146명으로 30％　줄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와함께 행안부는 이 통보안을 인권위가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달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국가인권위원회 직제’를 개정해 강제 시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일언이폐지하고 우리는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인권을 포기하는선언이라고 확언한다. 주지하다시피 인권위 업무는 지난 2002년 출범 이전 진정건수 3천022건에서 2007년 6천226건으로 늘었다. 상담건수도 2천876건에서 1만1천260건으로 증가했고, 민원건수는 884건에서 9천16건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인권위의 역할은 그만큼 갈수록 커졌다. 인권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권위를 정부가 나서서 무력화하려고 한다.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정부가 인권위 축소를 들먹이고 있다. ‘축소’ 그 자체가 심각한 대국민 인권침해다.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가 인권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공약을 이행하지는 못할망정 인권위를 무력화하는 인권후진국으로서의 행태를 지속하는 것은 더욱 안된다. 국제인권기구들과 함께 한국정부가 인권위 무력화 시도를 중단하고 인권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더욱이 정부가 인권위 축소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는 감사원 결과에 대해서도 명분 없음이 재차 확인됐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20일 행정안전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을 근거로 인권위 인원을 30% 축소하기로 한 방침과 관련, 축소 감사 결과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인권위의 정원이 미달되기 때문에 인권위내 조직과 국 사이에서 인원을 조정하라는 것이었지, 인원을 축소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원을 감축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행안부의 근거를 일축했다. 인권위에 대한 행안부의 조직축소 방침이 합당한 근거가 없어졌다.

당연히 인권단체를 비롯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무력화 시도에 공분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구화하려 했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이를 멈췄었다. 이후 인권위가 촛불집회 과잉진압 등 정부에 쓴소리를 이어오자 인권위 무력화 시도를 본격적으로 노골화하고 있다.

인권위는 한국사회 곳곳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국가인권기구다. 정부는 더 이상 인권위 조직 축소 운운하며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인권선진국으로 갈려면 조직을 축소하기보다는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인권위의 역할과 성격을 맘대로 해석해 조직을 축소하려는 자기모순적 태도는 국가적 망신이다. 인권위도 정부의 휘둘림에 굳건히 맞서 인권의 최후 보루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시민사회신문

시민사회신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