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군사합의 효력 정지인가

참여연대l승인2024.06.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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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군사합의 효력 정지’이며 어떻게 ‘우리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무책임하고 대책없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전단살포 방조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방침
대북 확성방송 재개, NLL인근 군사훈련은 충돌 부추기는 군사적 도발행위

정부가 앞장서 한반도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로 초래된 현재의 남북 간 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한이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오물풍선’ 900여개를 살포한 가운데, 대통령 국가안보실은 오늘(6/3) “최근 북한의 도발이 우리 국민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내일(6/4) 국무회의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통일부는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며 ‘자제 권고 불가’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의 대응에는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와 ‘위협’을 경감시킬 아무런 대책도 발견할 수 없고 오직 북한에 대한 비난과 적대감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정부 차원의 대북 심리전 강화, 혹은 군사분계선과 서해 5도일대 군사훈련의 강화를 예고하는 조치로 읽힌다. 여기에 통일부의 방조와 사실상의 지지를 바탕으로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도 가세할 모양새다.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전단 살포를 단속하거나 자제를 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없다. 대북전단 살포에 별도의 처벌조항을 두는 것이 위헌일 뿐 행정권한을 사용하여 통제할 수 있고 만약 제한 조치에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현행법을 적용하여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판시하였다.

역대 북한인권특별보고관들도 접경지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주민 안전과 평화유지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취해왔다. 아직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휴전선 일대에서 민간의 활동이든 군의 활동이든 상대에 대한 비방 행동은 전시에 준하는 심리전의 실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 우리 측의 행동은 민간의 행동이니 양해하라고 교전 상대방에게 말할 수 없다. 적어도 휴전선을 넘는 준군사적 행동을 ‘표현의 자유’라고 두둔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민간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였다. 이 일로 발생할 접경지역에서의 긴장과 남북관계 악화를 윤석열 정부는 너무나 가볍게 보고 있다.

지금의 격화된 긴장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북 민간과 정부 모두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마땅히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행정권한을 사용하여 단속해야 한다. 이런 적극적 조치를 마다하고 도리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함으로써 대북심리전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참전하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NLL 인근의 무력시위를 강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북한이 남북관계를 서로가 적대하는 두 국가로 정의하고 영토 수호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경계선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서해5도 일대에서 최소한의 남북 간 소통 채널도 없이 남한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강행하는 것은 충돌을 부추기는 도발행위다. 윤석열 정부의 처방은 한마디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남북한 기싸움의 담보로 내던지는 무책임하고 무대책한 처방이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철회하고 지금 당장 고조되는 긴장을 해소하고 위기를 관리할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라. 전단 살포를 적극 단속하고 제한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시급히 고조되는 긴장을 해소하고 위기를 관리할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일뿐이다.

(2024년 6월 3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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