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보증금제·플라스틱 규제 외면 정부 규탄

환경단체 “윤석열 정부, 규제부터 정상화하고 챌린지는 시민들에게 맡기라” 양병철 기자l승인2024.06.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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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환경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이 컵 보증금제와 플라스틱 규제를 외면하는 한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022년 6월 10일은 법에 따라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었어야 했던 날이다. 그러나 현재 컵 보증금제는 제주, 세종에서만 축소 시행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지자체 자율에 넘기겠다는 환경부의 입장으로 제도가 폐지될 위기에 빠졌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이날 첫번째 발언으로 유시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전시물 ‘플라스틱 구토’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유 활동가는 “지구가 토해낸 플라스틱을 형상화해 환경센터에 설치한 ‘플라스틱 구토’이다. 총 4000여개의 폐플라스틱으로 구성된 폭 5미터, 높이 9미터의 이 조형물은 활동가분들이 직접 수거해 오기도 하고 기부를 받기도 하며, 시민분들과 함께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라스틱 구토를 통해 신선한 충격, 약간의 공포 그리고 이 조형물 자체에 대한 기괴함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일상적인 플라스틱의 색다른 관점을 부여하고, 심각성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제가 자원순환 활동가로 활동한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저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지난 3년간 환경부는 플라스틱 감축, 1회용품 줄이기를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말하며, 지난 3년간 유예됐던 1회용품 규제와 컵 보증금제를 나열해가며 분노했다.

특히 “챌린지는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챌린지는 시민이, 저희가 충분히 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규제이다. 지금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 자영업자, 지자체가 규제가 없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11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마지막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며, 이를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에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앞장서는 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규제부터 제대로 이행해야 됨”을 강조했다.

허혜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모니터링 이후 딱 1년이 지난 시점이다. 1년 동안 이 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모니터링 이후 제주도에서 컵 보증금제 미이행 업체를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며, 시행 초기 10%밖에 안됐던 반환율을 70%까지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환경부가 2025년까지 전국 의무 시행하기로 한 1회용컵 보증금제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발표하며, 제도 자체가 사라질 상황에 처하자 현장이 변했다”고 발언했다.

특히 작년 6월 진행한 제주 컵 보증금제 모니터링 당시와 비교하며, 지금 컵 보증금제가 처한 위기를 설명했다. 제주도 월별 컵 반환율은 올해 ▲1월 59.7%(29만1000여개) ▲2월 53.6%(24만5000개) ▲3월 56.4%(24만9000개) ▲4월 55%(23만7000여개) ▲5월 21일까지 53.8%(16만4000여개)로 집계됐다. 

허 활동가는 “제도 시행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해 10월 78.3%(71만2000여개)와 비교해 약 25%P 떨어진 것이다. 컵 반환율 뿐 아니라 참여 매장도 크게 줄었다. 제주도가 가장 최근 집계한 지난 1월말 기준 매장의 보증금제 참여율은 54.7%로 가장 높았던 지난해 9월 96.8%보다 42.1%P 하락했다. 1회용품과 컵 보증금제 규제부터 제대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끝으로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는 지금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플라스틱 위기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법적 제도마저 무너졌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윤석열 정부에게 다시금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말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 정부는 국내에서는 1회용품 규제와 컵 보증금제를 포기하면서 국제적으로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마치 자기 집을 어지럽히고 이웃에게는 청소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선두국가가 되고 싶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챌린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1회용품 규제와 컵 보증금제부터 철저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환경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은 건물 옥상에서 마당까지 내려오는 ‘플라스틱 구토’ 전시물 앞에 1회용 보증금 컵, 1회용 컵을 쓰레기통 안·밖으로 늘여놓고 환경부와 윤석열 대통령이 “시민이 알아서 해결해”, “챌린지 좋아, 규제 싫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와 함께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1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이 법으로 공포된 것은 2020년 6월 9일이다. 4년이 지났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음에도 컵 보증금제는 아직 안착되지 못했고, 전국시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연간 생산 규모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이다.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오염에 있어 결코 떳떳하지 못하다. 다가오는 11월은 한국이 플라스틱 오염에 있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평가받는 날이 될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그렇기에 윤석열 정부에게 요구한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선두 국가로 나서고자 한다면 국내에서의 플라스틱 규제, 컵 보증금제부터 먼저 앞장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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