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는 지금 당장 ‘핵사랑 조례’를 폐기하라

부산환경운동연합l승인2024.07.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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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원자력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입법예고 규탄 성명서>

‘생명사랑 도시Biophilic city’와 ‘핵토피아Plutopia’는 공존할 수 없다.

부산시는 “국내 최초로 세계적 도시연합인 '바이오필릭 시티 네트워크'의 회원 도시로 인증받았다”고 5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생명을 뜻하는 ‘bio’와 사랑을 뜻하는 ‘philia’의 합성어, 즉 ‘생명 사랑’이라는 개념을 도시계획에 접목한 방법을 뜻한다. 부산시는 ‘생명사랑 도시 네트워크’ 가입이 ‘공허한 선언’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도시에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핵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원자번호 94번, 플루토늄(plutonium)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핵물질로 알려져 있다. 플루토늄 앞에 붙은 접두사 ‘pluto’는 그리스 신화의 ‘저승의 신 하데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플루토늄으로 형상화되는 방사성 물질들은 히로시마·나가사키의 버섯구름, 스리마일 섬의 긴박했던 순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폐허, 원전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몸 등으로 나타났으며, 뭇 생명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왔다. 세계 지질학계가 인류세의 증거로 “수소폭탄 실험과 방사능 낙진에 따른 플루토늄 등의 흔적이 남은 크로퍼드 호수”를 선정한 이유는 핵발전으로 만들어지는 방사성물질이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세계 학계의 진지한 반성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의회는 7월 3일 「부산광역시 원자력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부산시의회는 “부산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을 지적하며, “원자력 원자력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 원자력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의 목적으로 조례안을 제안했다.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죽음의 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핵발전산업 육성해야한다”는 부산시의회의 행보는 ‘생명사랑 도시’를 천명한 부산시와 반대되는 행보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9기 부산시의회의 핵사랑은 유별났다. 2022년, 2023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원자력 발전의 메카 부산이지만 맹탕이다”, “원자력 발전은 그린에너지”, “고리 2호기 수명연장에 찬성”, “「부산광역시 원자력안전조례」 제5조의 독소조항인 1·2호을 개정하겠다”와 같은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안전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안전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자 구성된” 시민안전특별위원회는 ‘330만 부산시민의 안전’보다 핵발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11월 24일에 가결한 전적이 있다.

그렇다면 지고지순한 부산시의회의 핵사랑은 혼자만의 짝사랑인가? 2022년 4월 21일 부산광역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1기 첫 회의에 공개된 「2050 탄소중립 선도도시 부산 비전」이라는 문건에서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기술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소부장 산업육성하겠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부산시는 SMR 소재·파운드리 구축사업과 같은 원자력산업 육성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주관하는 「소형모듈원전(SMR) 보조기기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한 것은 부산시가 그만큼 SMR에 ‘진심’인 것을 알 수 있다.

부산의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부산광역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기 명단에 “원자력 발전은 그린에너지”라고 발언했던 박종철 의원(기장군 1)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가 포함된 사실을 볼 때, 부산시의회가 「부산광역시 원자력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례안에 ‘원자력산업 육성 지원센터’를 신설하여, “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부산시의 원자력 육성 계획에 발을 맞추는 행태이다.

‘핵발전소’가 대용량 원전의 경직성이 갈수록 전력망에 부담된다는 사실은 핵산업계에서도 인식하여 ‘SMR 연구 개발’이라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SMR의 경제성과 안정성은 아직 검증이 된 상황이 아님을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심화된 기후위기 때문에 핵발전소 안전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라는 사실은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국내 핵발전소 6기가 가동이 정지한 사례”를 통해 증명이 되었지만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태풍 마이삭의 교훈’을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에 대한 투자 등을 확대하고 핵발전소는 빠르게 폐쇄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지만 그와 반대 행보를 보이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노후원전 고리 2·3·4호기 수명연장’, ‘영구적 핵폐기장’,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등이 330만의 부산시민과 뭇 생명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부산시민들과 뭇 생명들은 감당할 수 없는 방사성물질이 계속 발생하는 ‘핵토피아Plutopia’과 아니라 생명들과 함께 공존하는 ‘생명사랑 도시Biophilic city’를 원한다. 그 첫걸음으로 「부산광역시 원자력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시의회는 지금이라도 당장 ‘핵사랑 조례’를 폐기하라.

(2024년 7월 5일)

부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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