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보호조치 안하는 권익위

경찰, 공익제보자 압수수색...시민사회 "문제 본질 호도될 가능성" 비판 이영일 기자l승인2024.07.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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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3일 오전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쿠팡 블랙리스트 실체를 밝히는 기자회견의 한 장면. [참여연대 제공]

쿠팡이 계약직·일용직 근무자 1만6천여명의 개인정보를 취합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에 적힌 사람들을 취업에서 제외한다는 제보가 MBC와 제보되고 국민권익위원회 (아래 권익위)에도 신고됐지만 되려 경찰이 이 제보자를 압수수색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MBC를 통해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노동조합 가입 직원, 언론인 등을 비롯해 1만6,450명의 이름, 생년월일, 평가 등이 수록돼 있고 '정상적 업무수행 불가능', '업무지시 불이행', '근무태만', '허위 사실 유포' 등 부정적 평가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했지만...경찰, 쿠팡 수사 아닌 공익제보자 압수수색

하지만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월 12일,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2명중 1명의 집에 대해 노트북, 컴퓨터, 핸드폰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이 빍힌 혐의는 공익제보자가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의 영업 비밀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요약된다.

이같은 경찰의 압수수색은 공익제보자들이 MBC에 제보한 내용이 실제 보도되자 쿠팡측이 권익위에 제보자를 대신해 비실명대리신고한 변호사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공익제보자 2명을 각각 영업기밀 유출 혐의로 형사고소한 것에 따른 조치다.

같은 내용이 권익위에도 신고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권익위는 제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제보자들이 권익위에 보호조치 요청을 한건 지난 2월 28일. 권익위는 법정 시한을 넘긴 120일이 넘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상으로는 권익위가 보호조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60일(1회 연장 30일, 최장 90일) 이내에 보호조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참여연대 "권익위는 왜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내리지 않나" 비판

이같은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자 시민사회단체가 경찰과 권익위를 대상으로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두 기관을 모두를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내고 “경찰이 임의제출로 받을 수 있는 자료를 굳이 강제수사까지 진행한 점, 강제수사로 공익제보자의 제보 의도가 퇴색되고 마치 영업비밀을 탈취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호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경찰의 압수수색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찰이 쿠팡의 신고에 따른 영업기밀 유출 혐의뿐 아니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같이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의 강제수사가 정당한 것이라고 해도 자칫 문제의 본질이 호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권익위에 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을 늦추고 있는 이유가 명확치 않다. 공익제보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왜 없었을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업무를 방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는 경찰의 수사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만약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라면 권익위는 공익제보자의 제보 의도를 퇴색케 하는데 자의건 타의건 동조해 마치 영업비밀을 탈취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처럼 호도되는 것을 방치한 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공익제보자가 신고한 쿠팡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으면서 공익제보자를 영업비밀 유출과 업무상 배임으로 몰아가려 한다면 이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탄압”이라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지위 인정을 전제로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권익위에 대해서는 보호조치 결정을 조속히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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