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이기대 예술공원 내 세계적 미술관 유치를 계획하고 이를 위한 업무협약동의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여러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세계적 미술관(?)은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분관이 유력하다.

박형준 시장은 2023년 10월 20일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 수립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기대 공원을 자연·생태·예술이 조화를 이룬 세계적 문화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2024년 말까지 기본계획 수립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시장은 2021년부터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를 위해 접촉해왔고 글로벌 미술관의 필요성을 문화관광 도시, 글로벌허브 도시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1. 공원 일몰제로 도심의 공원이 없어질 위기에 부산 시민의 세금을 들여 매입한 이기대를 예술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타당한가?

2023년 10월 부산시는 이기대 공원을 문화예술공원으로 추진하면서 ‘일본 나오시마 미술관,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독일 인젤홈브로이히 미술관과 같이 생태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바다와 자연, 생태가 조화를 이룬 세계적인 명소로 이기대를 가꾸고자 한다.’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곳들은 현재 지금 부산 시장이 밝히고 있는 문화관광 도시, 글로벌허브 도시를 위한 관광자원과 돈벌이로서의 미술관과는 취지부터 다르다. 부산시의 목적이라면 이기대 문화예술공원은 도로개발과 각종 편의시설과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부산시가 모델로 제시한 미술관들은 사실 생태환경이 주인공이고 건축과 현대 미술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점, 부산시처럼 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유명 브랜드에 의지한 미술관들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곳들은 그 자체가 생태 환경과 어우러져 고유의 독자성을 갖춘 브랜드라는 점이 특징이다. 부산시는 생태와 환경이 중심이 되는 이기대 문화예술공원의 기본 방향성부터 논의해야지 글로벌 허브 도시나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막대한 비용을 들인 브랜드 미술관 유치에 목메어서는 안 된다. 그것의 결과는 너무도 자명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브랜드 미술관은 5년 계약만료면 떠날 것이고 복구 불가능한 훼손된 이기대 공원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서 혈세 737억을 들여 겨우 구해낸 공원을 훼손이 불가피한 개발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는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부산 시민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2, 부산 시민은 어떤 문화를 즐길지 결정할 권리가 없는가!

예술계 일부에선 ‘부산시 문화 예산 상당수가 영화·영상과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집중돼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목소리 때문인지 부산시는 공공미술관 업그레이드를 위해 부산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이우환 공간이 대상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은 2023년 3월 착공해 2024년 4월 재개장을 목표로 26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영화, 영상, 음악에 집중된 문화 예산을 어느 문화 분야로 배분할지도 부산시와 부산 시장이 결정하고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미술과 미술관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왜 세계적 미술관이어야 하고 또한, 왜 퐁피두 센터 분관인가! 이에 관한 토론은 물론 소통과 의견수렴은 있었는가!

부산시의 문화 행정은 오페라하우스, 국제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방적이고 시민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권위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박형준 시장 들어 국제적인 또는 세계적인 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대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다 부산지역의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 왜 세계적이라는 단어에 매달려 부산 시민의 세금을 투입하고 부산 시민의 독자적인 취향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것인가! 미술보다 음악, 음악보다 영화를 즐길지, 세계적이지 않더라도 우리 문화를 향유할지 부산 시민이 결정하도록 부산시가 더는 시대착오적인 권위적 문화 행정을 휘두르지 않아야 한다.

3. 부산시는 무슨 근거로 많은 세금이 투여되는 사업을 부산 시민이 모른 채 진행한다는 것인가!

부산시는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과연 이것이 자연·생태·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계획인지 훼손하는 계획인지 현재까지도 시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부산시가 2022년 세계적 미술관 유치 기본구상 연구에 이어 2024년 세계적 미술관 건립 타당성 검토 및 전시 운영계획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후자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시의회에 세계적 미술관 분관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이 제출되었는데 시의회 홈페이지 공개된 동의안에는 협약 대상자는 ○○○○○로 표기되어 있고 협약 내용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거기다 부산시는 연구용역 내용도 심의가 끝난 후에 전체도 아닌 일부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대체 국방과 관련되거나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이 아닌 부산 시민이 즐길 문화시설에 대한 용역도 동의안의 내용을 못 밝히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협약 대상자에게 부당한 특혜를 주거나 편법적인 내용이 없다면 비공개로 비밀스럽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

큰 비용이 들어간 2번의 용역, 용역 내용의 비공개, 업무협약 대상자와 내용을 숨기면서까지 추진하는 문화시설이 부산 시민을 위한 시설일 리 만무하다.

4. 부산시의 예산으로 감당하기도 힘든 시설이라면 결국 부산 시민의 부담일 뿐이다.

2022년 연구에서는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의 사업비는 1,500여억원이다. 건립 이후 운영비와 로열티도 적은 비용이 아니다. 이기대에 유치할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의 사업비와 운영비가 얼마인지 밝히는 것은 부산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아무리 좋은 문화시설이라도 부산시와 부산 시민이 감당하기 어렵다면 유치는 불가하다. 

부산시가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내용을 부산 시민에게 공개하고 논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들어설 대규모 공연 시설 오페라하우스, 클래식 부산 2개에 대한 운영비까지 더한다면 부산시가 문화시설 운영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기왕에 지어진 시설이라 어쩔 수 없더라도 퐁피두 센터 건립비, 운영비, 로열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부산시가 밝혀야 한다.

부산시는 지역소멸 위기에도 전세 사기 피해 청년들을 위한 예산 편성은 소극적이고 축구 전용구장을 건립을 위해 주민들이 사용하는 시민 체육 공간을 없애고 아파트 건립까지 허용해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재정이 부족해서 청년도 외면하고 주민의 편의시설도 없애면서 시민이 요구하지도 않은 세계적이라는 혹세무민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부산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문화적 독자성과 형평성을 파괴하는 것이고 부산시의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다. 

동 부산권에는 이미 많은 문화시설과 거대 축제가 집중되어 있어 부산 지역 문화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시장이 오히려 불균형을 더 부채질 하는 격이다. 박형준 시장의 사적인 욕망이 아니라면 이기대 미술관 유치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24년 7월 18일) 

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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