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 떠올랐다

[시민운동 2.0] 이민하l승인2009.03.03 13:1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내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 것 챙기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내 욕심은 줄이고 공익을 위한 활동을 벌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방학 기간을 맞아 ‘씨티-경희대학교 NGO 인턴십’을 통해 국내 시민단체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당시 자료집에서 80여개에 달하는 시민단체 목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이 보다 훨씬 많은 시민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지만 어찌됐던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무언가’를 이뤄가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인 동시에 우리사회가 그만큼 건강할 것이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시민단체의 상황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정과 인력난에 많은 단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니 세삼 더욱 심각하게 느껴졌다. 근본적인 문제가 시민들의 ‘무관심’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욱 씁쓸했다.

우리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그래서 분쟁도 논쟁도 많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내 언성만 높이고 만다. 남의 의견은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니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아직까지 각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부족한 탓에 갈등 요소는 커져만 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약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들을 보호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우리사회에는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사회 시스템을 조정하는 국가기관을 감시하는 역할도 누군가는 감당해야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책임을 지는 것.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개인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태도와 더불어 잘 살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은 오늘날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는 곳이 바로 시민단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이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부조리한 사회 모순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시민단체의 어려움을 마치 남 일 인 마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짧은 기간 시민단체에서 보고 배우며 활동가들을 도왔지만 몇몇의 손길이 아닌 다수의 관심과 실천이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손해보고 남 좋은 일 한다는 편견은 미시적인 관점이다. 결국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평소 쉽게 지나쳤던 사안에 대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안을 고민해 가는 과정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나 역시 ‘작은 손길이 세상을 바꾼다’는 추상적인 문구에 고개를 절레절레 하던 때가 있었다. 구체적이지 않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내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시원찮다. 손을 어떻게 내밀어야 할지, 내민 순간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조금 용기를 내보자. 내가 평소 관심 갖는 분야가 있거나 마음이 향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내 열정의 일부분을 투자할만하지 않는가?

활동을 끝낸 지금 지난날을 회상해보니 가장 먼저 ‘사람’이 떠오른다. 용산 현장에서 만난 유가족들. 바쁜 와중에도 인턴들을 돌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신 단체 관계자들. 현장에서는 누구보다도 냉철하고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그 와중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활동가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사람과의 만남으로 승화시키는 활동가들을 바라보며 따뜻함을 느꼈다. 그리고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의 활동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행동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줄 수 있길 바라며 이들의 노력에 격려와 실천으로 화답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이민하 서강대 국제대학원생

이민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하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