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기업-정부 “서로 스며들어야”

실업극복국민재단 공동기획, 사회적기업육성법 공감대 형성을 위한 좌담회 이향미l승인2007.07.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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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한 공론장 ‘Fusion&Vision'은 실업극복재단과 공동으로 이달부터 시행되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지난 해 말 국회를 통과한 사회적기업육성법은 노동부 관할 하에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육성위)의 인증을 거쳐 곧 본격 시행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사회적 기업을 추진, 저소득층의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사회 문제들도 공동으로 해결해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3년부터 시행된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단초를 마련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2.0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에 관한 각계의 입장들을 들어본다. /편집자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누스 총재가 최근 한국을 방문하며 ‘마이크로크레딧’(저소득층소액신용대출) 사업이 한국사회에 회자되기도 했는데,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념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나.

“방글라데시의 마이크로크레딧에서는 개인 창업까지도 지원을 하지만 한국사회안에서는 자영업이 현재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공동체성을 회복하면서 취약계층의 고용모델을 짤 수 있는 사회서비스 산업을 주목해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이은애)

◇ 이은애 실업극복국민재단 사무국장=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은애 사무국장은 90년대부터 빈민탁아활동, 마포자활후견기관 등 현장에서 오랜기간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부터 실업 및 사회적기업 지원체인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외 사회적기업 활성화 및 정착을 위해 정부, 기업, NGO간의 다자간 협력에 앞장서 왔다.

공익성과 고용 창출의 두 마리 토끼

“예를 들어 장애인 10명이 모여 기업을 설립했을 경우 일반 기업과 같은 물건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 할 경우는 사회적 기업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경증 장애인 10명이 모여 중증 장애인 10명의 이동을 돕는 일을 하는 기업을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는 해당된다. 즉 사회적 기업이라면 공익성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갖고 활동하고, 이윤이 나면 고용에 재투자하거나 사회 서비스에 재투자해야 한다.”(박성희)

“사회가 개인 중심적으로 흐르다 보니 개인의 특성이나 코드에 맞게 동인을 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시민운동에 참여해본 사람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부나 NGO, 기업은 물론 수혜자 역시도 사회문제의 공동의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돼 사회적 기업에 참여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법안을 만들었고, 국민들의 냄비 근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발휘해 여러 가지 좋은 모델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웃음)”(김도영)

◇김도영 SKT 사회공헌팀 부장= 88년 유공(현 SK주식회사)에 입사. 2004년부터 SKT 사회공헌팀에서 일하고 있다. 단기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세계적인 사례로 인정받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을 새로운 흐름의 ‘제4섹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세계적인 흐름은 어떤가.

“2000년에 시작한 영국의 경우 공식적으로 5만5천여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고 종사자만 해도 80만이 넘는다고 한다. 사회시스템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도 약 400여개를 웃도는 상당수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박성희)

-사회적 기업의 인증 등을 위해 육성위뒀다. 위원회는 어떤 비율로 만들어지나.

“노동부 차관이 위원장이 되고 관계부처 국장 7명과 민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 빼고 15명이니까 반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박성희)

“위원회가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별, 업종별 네트워크 형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 개별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한국사회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무엇이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서 이것을 객관화해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미진하지 않았나 싶다.”(이은애)

사회적가치 측정 평가툴 선행돼야

-시민사회 내 논의는 어떻게 진행중인가.

“사회공익적 목적에 복무하는 것이 곧바로 이윤을 창출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런 면에서 시민단체들이 실업문제와 관련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토대는 약할 수 있다. 사회적 일자리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정부 제도의 변화, 사회적 지원기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윤추구가 먼저인지, 아니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시되는 쪽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과정에서 무게를 싣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과 평가 방식의 모색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조여호)

◇ 조여호 한국YMCA 전국연맹 인권복지팀장= 수원YMCA 청소년 담당 간사로 시작해 15여년동안 청소년, 환경, 사회교육 등을 맡아왔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에 관심이 많다. 대안경제&경제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경제적인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공론화해 공유할 필요가 있다. 평가방식도 개발해야 한다.”(이은애)

“기업에서도 그런 것이 이슈이다. 주주들에게 보고할 때 수입과 지출이나 일자리 몇 개가 창출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그 뒤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에 대해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런 측정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김도영)

-노동부에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시행하면서 2004년에 시민단체 설명회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시민단체들이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민단체는 보편적인 시민들의 복리를 위해 운동을 해왔다. 아무래도 제한된 인력에서 구체적인 책임성 문제로 따질 경우 기존의 시민단체 인프라나 능력으로는 커버할 수 없기에 그런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조여호)

“당시 NGO들은 이 문제를 빈곤문제로만 본 측면이 있다. 우리가 왜 고용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는 반응이었으나 지금은 NGO들의 태도도 많이 변했다. 정부도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사회적 자본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했다. NGO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달아 가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다.”(이은애)

“에너지의 예를 들면, 순천만에 조성해놓은 태양광발전소가 있는데, 30가구 정도가 자립할 수 있는 규모다. 그것도 하나의 사회적 기업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거기에서 고용이 발생하고 시장성을 갖출 경우 일반 기업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에너지 문제를 사회적 기업으로 풀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형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취약계층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낯선 측면도 있다.”(조여호)

사회적 기업가 정신 육성 중요

“일단 7월 이후 인증이 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홍보가 되면 NGO들이나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은 나오리라 본다. 시민단체들도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에 가깝게 다가가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NGO 영역에서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시민사회 영역을 뛰어 넘는 더 넓은 영역이 아닐까 한다. 특히 경영학도 등을 중심으로 젊은층에서도 경제적 이익 외에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회공헌을 하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박성희)

◇박성희 노동부 고용정책본부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장 = 행정고시 35회. 총무처를 거쳐 93년부터 노동부에서 일해 왔다. 사회적기업의 소관업무를 맡게 돼 첫 시행을 앞두고 기대와 함께 어깨가 무겁다.

“사회적 기업이 이슈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정부, 기업, NGO가 따로 놀다가 서로 수렴하는 상황에 있다. NGO의 가치적인 측면과 기업의 영리적인 측면이 결합해 새로운 모델이 잘 만들어질 것인가, 또는 기존의 산업과 갈등을 빚기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아픔이 아닐까 한다.”(김도영)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 정부 NGO 모두 ‘경영’에 대한 고민들이 늘고 있다. 청소년직업센터 '하자센터'에서 출발한 ‘누리단’이 요즘 해외공연도 하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느 기업 못지않게 시장을 개척하고 또한 젊은이들과 함께 훌륭한 사례를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미개발된 사례는 굉장히 많다. 오히려 사례 자체보다는 한국이 그런 부분을 왜 포괄해내지 못할까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이은애)

“기업들도 사회적 기업에 선뜻 뛰어들기 어려워한다. ‘모범사례’가 많지 않고 잘못 들어갔다가 인사문제나 노동문제 등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다양한 가치관들이 스며들면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기업에도 스며드는 것 같다. 올 초에 우리 회사에서도 시민사회의 요구로 휴대폰의 성인컨텐츠 사업을 내린 일이 있었다.”(김도영)

진행= 송성수 본지 기획실장 songsong@ingopress.com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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