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미디어악법을 강행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서 중재를 하는데도 밀어붙이는 모양이다. 김 의장은 지난 1일 언론 관련법 가운데 저작권법·디지털전환법은 4월, 방송법 등은 6월에 처리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신문방송겸영 등을 다루는 방송법·신문법·IPTV법과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담은 정보통신망법은 6월에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에서 처리할 것을, 그리고 민주당이 우선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힌 전파법·디지털전환법은 4월에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일 이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을 이어갔지만, 한나라당이 예상대로 반발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다.

사태가 이럴진대 언론 총파업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지난 1일 MBC와 CBS에 이어 SBS, YTN, 아리랑국제방송 노동조합, KBS PD협회가 전면 제작거부에 동참해 총파업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YTN 노조는 “언론악법 본회의 상정이 가시화할 경우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상정이 곧 통과라는 현실을 고려해 선제적인 제작거부 투쟁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SBS도 600여명 가까이 파업에 동참했고, 아리랑국제방송도 2일부터 조합원 160여명 가운데 보도·송출 필수인력을 뺀 모든 조합원이 전면 제작거부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언론노조에서 탈퇴한 KBS 노조도 2일 파업 찬반투표와 함께 ‘미디어법 저지 전국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었다.

언론노조는 ‘상식과 순리, 인류 보편의 가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총파업 투쟁에 나선다고 밝힌바 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정권이 시작되기 전부터 세상을 혼란케 한,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음모와 도발은 숱한 현안을 제쳐두고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결국 지난 연말 국회를 막장으로 몰아넣는 단초를 제공했으며 언론노조 초유의 총파업을 불러왔다. 그래서 언론악법을 독단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려던 반동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지금도 악의 씨앗은 허술한 틈을 찾아들고 있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한나라당은 정말이지 상식이 없어 보인다. 다수의 의석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하지 않고 되레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틀려는 꼼수만 부리고 있다. 시민사회 말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는 민생법을 가장하고, 여론다양성을 주장하는 민주주의를 선전했지만 이들은 그들에게 불편한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치적 동지애로 뭉친 재벌과 조중동의 상업권력, 정치권력, 언론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이제 국회는 또 다시 이전투구장을 변할 것이다. 파국이냐 타협이냐 갈림길에서 국회는 끝내 파국을 선택했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이러한 제반 문제를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자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국회의장도 신문법, 방송법 등 핵심쟁점을 4개월간 논의한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얘기가 여기까지 진전됐는데도 정부여당은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대화와 타협없이 밀어붙이기가 능사인가. 분명 언론악법 불법 날치기는 안된다. 직권상정을 중단하고 미디어법의 합의처리를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집권여당이 최소한 민주주의를 지킬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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