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이 된 대한서림

책으로 보는 눈 [10] 최종규l승인2007.07.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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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자료를 갈무리하다가, 제가 고등학교 때 챙겨 놓았던 ‘도서상품권 홍보책자’ 하나를 보았습니다. 1991년에 인천에서도 도서상품권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인천에서 가장 컸‘던’ 새책방 〈대한서림〉에서 내놓은 책자입니다. 책자 사이에는 “대한서림 창립 36주년 기념 특별회원을 모집합니다”라는 말을 큼직하게 적어 놓은 안내글도 있습니다. 이 안내글이 1991년 것이니, 책방 〈대한서림〉은 어느덧 52해라는 세월을 인천에서 책을 나누어 왔다는 소리가 됩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걸어서 동네 나들이를 하노라면 학교 앞을 으레 지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초중고등학교 앞을, 또는 대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학교 앞 문방구와 가게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간판이며 유리문이며 진열장이며 예전 것 그대로 간직하며 꾸려 가는 곳이 많은 가운데, 지난날 흔히 찾아볼 수 있던 동네 책방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꿋꿋하게 책살림 꾸리는 곳이 제법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인천에도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새끼가게가 어김없이 들어온 탓에 중간 크기 책방과 작은 책방은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대한서림〉에 가서 ‘김교신 전집’ 가운데 4권 하나를 산 다음, 나머지 책을 주문해 놓았습니다. 고른 책을 들고 돌아나오며, 〈대한서림〉 건너편에 있는 〈동인서관〉 안쪽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주안 나들이를 할 때 스치고 지나가는 〈시민서림〉과 〈동아서림〉을 헤아려 봅니다. 모두들 인천에서는 내로라 할 만큼 컸‘던’ 곳이었는데, 어느덧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견주어 ‘작은 책방’, 말 그대로 동네 책방이 되었구나 싶습니다.

그래, 이렇게 동네 책방이 되고 만 〈대한서림〉을 찾아가느니 넓고 시원하고 책 가짓수도 훨씬 많다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로 가는 분들이 늘겠지요. 마일리지도 알뜰히 쌓이고 책 보는 재미도 있으시겠지요.

그러면, 우리가 ‘큰’ 책방에 가서 구경하거나 골라드는 책은 ‘어떤’ 책일까요. 셈틀로 손가락만 또닥거리며 인터넷책방으로 주문하여 집에서 읽는 책은 ‘무슨 이야기를 담은’ 책일까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잡지를, ‘산에서 살다’나 ‘야생초 편지’ 같은 책을, ‘서준식의 옥중서한’이나 ‘즐거운 불편’ 같은 책을, ‘스핑크스의 코’나 ‘수달 타카의 일생’ 같은 책을,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나 ‘우리 옆의 약자’ 같은 책을 ‘큰’ 책방이나 ‘인터넷’책방에서 사들이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가 책으로 읽어서 얻는 ‘좋다는 이야기’와 ‘훌륭한 깜냥’과 ‘살뜰한 슬기’를 머리속에 가두어 두는 지식으로만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나요.

서울에서 지낼 때 자주 찾아가던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에서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를 사서 읽었습니다. 며칠 앞서 ‘슬픈 미나마타’를 주문해 놓았습니다. 대학로 인문사회과학책방 〈이음아트〉를 찾아가서 ‘소금꽃나무’를 사서 읽고 있으며, ‘일중독 벗어나기’와‘누나의 오월’도 감칠맛나게 읽고 있습니다.


최종규 우리 말과 헌책방 지킴이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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