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글 쓰기와 책읽기

책으로 보는 눈 [78] 최종규l승인2009.03.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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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느낌을 글로 쓰는 일을 한자말로는 ‘독후감’(讀後感)이라고 적습니다. 낱말을 뜯으면 “읽은(讀) 다음(後) 느낌(感)”으로, 우리 말로 적으면 ‘읽은느낌’입니다. 흔히 ‘독후감’이라고만 하고, 어른들이 책을 두루 알리고자 쓰는 글은 ‘서평’(書評)이라고만 합니다. 그런데 이 ‘서평’은 “책(書) 말하기(評)”이니, 우리 말로 적으면 ‘책이야기’예요.

이 느낌글, 또는 책이야기를 제가 언제부터 했는가 떠올리니 국민학교 다닐 때인데, 1학년이나 2학년 때에도 썼지 싶으나 이 무렵에는 어머니가 살짝 써 주셨으리라 생각하고, 제가 떠올리는 제 느낌글은 3학년 무렵 과학문고를 읽고 쓴 ‘상상 독후감’입니다. 그리고 4학년 때라고 생각하는데, <안데르센 동화>를 읽고 쓴 글이 있습니다. 그 뒤로 숱하게 ‘독후감 숙제’를 했을 터이나 거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학교 숙제 아닌 제대로 된 ‘느낌글’이나 ‘책이야기’는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에야 썼다고 느끼며, 제 마음에 들 만큼 즐겁게 쓴 느낌글이나 책이야기는 1998년에 읽은 <몽실 언니>가 처음입니다.

1998년은 제 나이 스물넷일 때로, 이때 권정생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면서 ‘어찌하여 나는 국민학교 다닐 때 이 할배 이름을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나?’ 하며 가슴을 쳤습니다.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였음에도, 또 <몽실 언니>가 1984년부터 무척이나 사랑을 받았음에도, 집이고 학교이고 또 동네이고, 어느 누구도 이런 어린이책을 읽으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원수 님 책도 마찬가지였고, 현덕이니 이주홍이니 이오덕이니 하는 이름조차 들을 일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교사며 어버이며, 누구 하나 당신이 맡은 아이한테 읽힐 책으로 무엇이 아름답고 훌륭하고 즐거운가를 몸소 깨닫지 못한 탓이라고 봅니다. 어린이한테 읽히기 앞서 어른 먼저 즐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알려주거나 읽히지도 못하지만, 이 책들에 담긴 빛줄기를 못 깨닫고 못 나눕니다. 살뜰하게 엮인 그림책이나 만화책 또한 우리 교사나 어버이는 거의 돌아보지 못합니다. 인문책이나 문학책만 제대로 모르는 이 나라 교사와 어버이가 아니라, 사진책과 예술책과 종교책까지 제대로 모릅니다.

이제 저는 몇 가지 글을 힘껏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를테면 ‘우리 말’과 ‘책’과 ‘헌책방’과 ‘골목길’과 ‘자전거’ 이야기인데, 이러한 갈래 이야기를 온삶을 바쳐서 엮어 보려는 뭇사람들 땀방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라도 써 보자고 다짐합니다. 우리 말이 무엇인지, 우리 가슴에 와닿는 책이 어떠한지, 헌책방에 무슨 책이 깃들었는지, 골목길이 얼마나 푸근한 삶터인지, 자전거로 우리 터전을 어떻게 가꾸는지를 꾸밈없이 나누려는 데에 제가 글을 쓰는 뜻이 있습니다.

며칠 앞서 <노랑가방>(리지아 누네스) 느낌글과 <니사>(마저리 쇼스탁) 이야기을 썼습니다. 오늘은 <무식하면 용감하다>(이두호) 느낌글을 쓸 생각이고, 곧 <열정세대>(김진아 외)와 <작은 집 이야기>(버지니아 리 버튼)와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로버트 카파)와 <사명을 다하기까지 죽지 않는다>(채규철)에다가 <흐느끼는 낙타>(싼마오)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을 모두고 있습니다.


최종규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내는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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