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촛불집회 사건 관련 재판에 간섭하고 선고를 독촉하는 내용의 이메일 지침을 수차례 판사들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신 대법관은 또 촛불집회 관련 사건에 대해 이용훈 대법원장과도 협의했고, 자신이 생각과 비슷하다는 사실까지 적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하급심의 재판에 대해 대법원장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또 사건 심리도 하기 전 유죄판결에 대한 협의를 하는 등 우리 사법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신 대법관은 야간집회금지 위헌제청과 상관없이 재판을 진행하도록 재촉했다고 한다. 이는 분명 법원 수장이 재판에 깊숙이 간섭하고 재판 진행을 강요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재판에 개입하려고 한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판관의 양심을 송두리째 앗아간 무자격자의 소치를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특정 법조문에 대해 위헌 제청이 있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관련 사건유죄자들은 다시 재심 절차를 거쳐야한다. 때문에 관련 사건을 맡은 판사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중단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말하거니와 촛불사건은 국민 관심사가 컸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법원의 이런 관행마저 도외시한 채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법원장의 압력은 사법부의 위기를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 이를테면 헌법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를 무시하고 현행법에 따라 사법부가 결론을 내리자고 한 것은 법원장이 유죄 선고 강요를 독촉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주지하다시피 대법원은 촛불사건 임의 몰아주기식 배당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며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했었다. 하지만 이는 사법부의 술수임이 밝혀진 것이다.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의 행위가 이를 방증한다. 대법원의 조사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부실투성이었던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사법부가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사법 살인은 물론 많은 민주인사에 대해 혹독한 판결을 내렸음을 기억한다. 삼권분립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반민주 행위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양심에 따라야 할 법관을 법원장이 좌지우지 한다면 법은 더 이상 만인 앞에 평등하지 않다.

아울러 이용훈 대법원장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국민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사법부의 신뢰 추락이요, ‘사법 국치’다. 법관 독립성을 완전히 말살한 보기 드문 사례다. 이제 사법부는 더 이상 진실을 은폐하고 변명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법 정의의 잣대를 사법부 자신에게도 들이대야 한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웃음이 있고, 그 위상이 추락된 만큼 최소한의 양심을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이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그 희생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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