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후퇴속 자퇴 고교생...학생 보호는 누가?

▲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이 지난 9일 개최한 기자회견 한 장면 ⓒ 청시행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세종과학고에서 지난해부터 이 학교 2학년 한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사안이 발생했고 올 4월에는 휴대폰 강제 압수 등이 발생해 5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구제 요청이 신청됐지만 아직까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아래 청시행)은 “이 학교 A 학생이 그동안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아무 조치가 없어 결국 학교를 자퇴하기로 했다”며 서울시교육청의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시행 "1년 넘게 한 학생 괴롭힘 당해도 학교측 되려 묵인했다" 주장

청시행은 지난 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청시행측은 “2학년 A 학생이 지난해 1학년때부터 시험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 담임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학교폭력 신고도 했지만 학교측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고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공현 청시행 활동가는 1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A 학생에 대한 증언을 해준 친구에게 이 학교 B 교사가 ‘왜 증언해주었냐’고 나무랬고 지난해 10월 미국에서의 교육활동 중 A 학생이 고혈압·당뇨의 지병으로 인해 코피가 나 집결 시간에 늦자 주의하라는 수준을 넘어 “미안한 마음이 있어?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얘들한테 반성문 다 돌릴 거야?”라며 공개 자리에서 A 학생을 세워 두고 40여분 넘게 훈계를 빙자한 비난과 모욕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취재결과 올해 4월에는 B 교사가 쉬는시간까지 수업을 계속하던 중에 A 학생이 휴대폰을 보는 상황에서 B 교사가 휴대폰을 강압적으로 빼앗고 학생은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A 학생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되는 갈등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학칙중 휴대전화 관련 조항을 보면 ① 고사기간 동안 소지 제한 ② 수업시간중 사용 제한을 빼고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제한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A 학생은 서울남부교육지원청 지역교권위원회로부터 교권침해 행위 사유로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의 조치를 받았지만 B 교사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현 활동가 "서울학생인권조례 효력 살아있다. 서울시교육청 즉각 조사하라"

A 학생의 어머니이자 법률대리인인 홍모씨는 9일 열린 기자회견 입장문을 통해 “저의 아들은 학교한테 버림받았다.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받아 학교에 신고했지만 문제를 일으켰다며 묵인했다. 1학년 담임도 학교폭력을 신고하자 방관했고 2학년 담임이자 학년부장인 B 교사도 아들이 학교를 다니기 어려울만큼 차별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홍모씨는 또 “처음에는 학교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학교장이 ‘내가 처음 와서 잘 모르겠다. 우리 미래를 위해 조용히 넘어가자’고 하는가 하면 ‘계속 문제를 짚고 넘어가면 알아서 하라’, ‘내가 판단하기에는 B 교사의 잘못은 없다. 애들한테 놀림 받은 증거가 있다면 달라’고 대답하는 등 선생님의 직업의식에 벗어나고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현 청시행 활동가는 “세종과학고 학생인권 침해 사건은 학교에서 차별과 괴롭힘, 불신 등이 누적되면서 오직 ‘교권 침해’ 프레임으로만 처분이 이루어지며 학생이 학교를 자퇴하게 된 사건”이라며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이나 사정은 고려되지 않고 직접적 원인이 된 교사의 행위의 부당성도 따지지 않은 학생인권 후퇴 정책의 부작용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공현 활동가는 또 “A 학생이 지난 5월에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구제를 신청했는데 이후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의회에서 가결되고 이후 또 폐지가 집행정지되는 등의 과정, 센터 내부 사정으로 아직 제대로 조사도 되지 않았다. 현재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효력이 살아있기도 하고 설사 조례가 없다고 해도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 보장 의무가 있다”며 “정확한 조사와 신속한 구제를 서둘러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