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의 비밀은 인간학이다

철학여행까페[64]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l승인2009.03.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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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맑스는 <헤겔법철학비판>에서 독일에서 종교 비판은 본질적으로 끝이 났다고 선언했다.

이때 그는 포이어바하의 종교 비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 규정했을 때도, 그는 포이어바하의 종교 비판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동희
1848년 프랑스 혁명.

1841년에 포이어바하는 <기독교의 본질>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기독교를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이었다. 포이어바하에 의하면, 신은 인간 오성의 투영물이다. 다시 말해 신은 인간의 의식이 투영해 만들어 놓은 대상이다.

“신의 의식은 인간의 자기의식이고, 신의 인식은 인간의 자기인식이다.”

이 책을 통해 포이어바하는 종교가 지배하는 보수적인 독일 사회에 충격을 던지며, 유명한 인사이자 이단아가 되었다. 종교와 신학을 완전히 전복시키고자 했던그는 원래 신학을 전공하고자 했다.

이단아 포이어바하

그는 1804년에 부유한 법률가 파울 요한 안젤름 폰 포이어바하(Paul Johann Anselm von Feuerbach)의 아들로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근대 독일의 형법을 정초한 사람으로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법률가 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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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어바하
그는 5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을 낳았는데, 각기 뛰어난 재능들을 보였다. 예를 들어 포이어바하의 맏형 요셉 안젤름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바티칸의 아폴로>라는 책으로 유명했다. 둘째 형은 22살 때 수학적 발견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큰형의 아들 안젤름 포이어바하는 유명한 화가가 되어 포이어바하의 가문을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포이어바하는 넉넉한 집안의 후원을 받으며 하이델베르크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김나지움시절부터 그는 신학적인 것에 관심이 깊었다. 그러나 그는 신학에 실망하고 철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는 신학에 실망해 이렇게 쓰고 있다.

“자유와 예속. 이성과 믿음에 대한 신학의 헛소리들은 나의 진리, 즉 통일성, 단호함, 무조건성을 죽을 때까지 요구하는 영혼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갔다. 그는 그곳에서 2년 정도 헤겔강의를 들었다. 논리학 강의는 2번이나 들었을 정도였다. 나중에 그는 헤겔철학을 정면으로 반대하게 되지만, 이때에는 그냥 얌전하고도 충실한 헤겔 학도였다.

그는 강의실 밖에서 헤겔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유명한 술집 루터와 베그너에서 헤겔과 만났지만 그는 너무 수줍어서 말 한 마디 못했다.

그는 1828년 에어랑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자격취득논문을 쓴 다음 사강사생활을 시작하였다. 가난하고 고독한 강사생활이었지만 그는 학문에 몰두하는 소박한 생활에 만족했다.

1830년에 그는 <죽음과 불멸에 대한 사상>이라는 책을 익명으로 출판했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파리 7월 혁명 여파로 전 독일을 2년 동안이나 들끓게 했던 소요가 끝나가던 시점이었다. 익명으로 쓴 책이지만 그가 곧 저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책에 담긴 종교비판 때문에 책은 곧바로 금서가 되었고, 저자는 경찰에 고발당했다. 그는 강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시기에 누이에게 이렇게 심정을 토로했다.

“나는 소름끼치는 자유사상가, 무신론자,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반그리스도의 화신이라는 소문 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기독교를 정면 비판하다

1835~1836년에 그는 강의를 다시 시작했지만 더 이상 교수직을 얻을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대학과 완전히 결별했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했다.

“나는 철학자이기 때문에 철학교수로는 적당하지가 않다.”철학자의 자부심을 지키고자 했지만 생계문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여러 가지 직업을 구하려고 생각해 보았고, 다시 대학에 서류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두 여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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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어바하 부인
그는 실망과 좌절 속에서 철학을 위로 삼아 겨우 살아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를 구해 줄 사건이 일어났다. 성주이자 도자기 제조업자의 딸 베르타 뢰브를 만나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그녀도 그의 잘 생긴 외모와 지적인 성격에 반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그는 재정적으로 든든한 후원자를 가지게 되었다. 아내는 도자기 공장과 양어장, 과수원과 정원, 숲으로부터 상당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는 그가 그렇게 바라던 철학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되었다. 성의 탑 꼭대기 방에서 그는 자신이 구상하던 책을 쓸 수 있었다. 이때 나온 책이 그의 명성을 높여 준 <기독교의 본질>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기독교의 본질을 까발려 기독교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포이어바하는 기독교의 본질에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에 대해 ‘신인동형동성론’(anthropomorphism)의 입장에서 비판한다.포이어바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완전한 존재라고 하면서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어떻게 완전한 존재가 인간처럼 화도 내고 기뻐하면서 모든 불완전한 인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가 묻는다.

그가 볼 때 신은 인간이 그려 놓은 자기 모습에 불과하다. 그는 만약 개미가 사람들이었다면 개미는 신의 모습을 개미로 그려 놓지 않았겠냐고 묻는다. 일찍이 이런 비판은 크세노파네스도 한 적이 있다.

“소들, 말들 그리고 사자들이 손을 갖는다면 또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람이 만드는 것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말들은 말들과 소들은 소들과 유사한 신의 모습을 그릴 것이고, 각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형체를 만들 것이다.”

포이어바하에 따르면 신은 인간이 자기의 모습과 의식을 그대로 투영한 산물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그러한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포이어바하에 따르면 인간은 불완전하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이며 항상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반대의 것을 희구한다. 인간이 더욱 더 힘들고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으면 반대의 것에 대한 희구는 더욱 더 커진다.

인간은 자신이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란 사실과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잊기 위해 한 존재에다 완전성과 불명성과 그에 따른 성질들을 부여해 놓고 그것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다시 말해 신은 인간이 이루지 못한 바램의 투영물이다. 인간이 신에게 더 많이 긍정적인 성질을 부여하면, 신은 더욱 더 신적이고 이상적이 된다. 반대로 인간은 더욱 더 가난한 처지에 있는 것이다.

“신을 풍부하게 하려면 인간은 더욱 더 가난해 져야 한다.”

편지를 보낸 맑스

포이어바하는 신은 인간의 자기의식이 투영된 것이기에 신학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까발리면 ‘인간’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신학의 대상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 주장한다.

포이어바하의 저서는 기독교와 기독교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망치와 같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종교의 지배와 독선에 염증을 느끼던 많은 사람들이 포이어바하의 저서에 열광했고, 그를 만나러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편지를 보내 왔다. 칼 맑스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포이어바하는 철학자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제 종교 비판에서 철학 비판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기독교의 본질> 초판에 대한 작업을 끝낸 후 루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종교철학과 신학은 이제 끝이 났고, 철학에도 곧 불을 지를 수 있기를 희망하오”

< 다음 호에 계속>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구스타프 슈바브 그리스로마신화\' 역자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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