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도리, 시민의 자격

[시론] 김한성l승인2009.04.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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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은 경기도교육감 선거일이다. 경기도내 학생이 2백만 명, 교원이 10만 4천명, 1년 예산이 8조7천억 원인 속칭 ‘교육 대통령’을 뽑는 것이므로 850만 유권자의 참여와 선택이 중요하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20%가 안 될 것이라니 걱정이다. 경기도 교육이 별 문제없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아서 그런다면 모르겠으나 경기도를 포함한 이 나라 교육은 살인적인 입시·경쟁 교육에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과외비로 가계의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데, 특히 경기도는 과밀학급이 많고 교육 효과가 낮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학력평가가 꼴찌 급인데도 교육 책임자 선출에 이렇게 무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미래는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를 어떻게 대우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창의력과 협동정신을 길러주며 그들의 앞날에 장애가 되는 가시덤불을 쳐주는 것이 교사와 어른들의 할 일이다. 그래야 어른 대접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구시대 군국주의적 교육관이 지금도 남아있어 강제적·획일적 교육으로 일관하니 기성세대에 대한 존경심은 아예 없고, 학생들의 탈선과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 이정도면 교육(敎育)이 아니라 어른들에 의한 후속 세대 교살(絞殺)이라고 해야 한다.

건강한 후대, 바람직한 세상의 건설은 지금과 같은 교육 풍토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의 혁파(革罷)를 해주어야 어른도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맹자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옥 같은 청소년 교육 현실을 보고도 무심한 어른이라면 과연 사람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대볼 일이다.

또 하나, 어른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당연히 선거에 참여 하여야 할 것이다. 보통선거(普通選擧)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정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로 쟁취한 고귀한 제도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는 주권자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평등원리를 부정하는 문제 있는 교육제도라면 당연히 바꿔야 하는 바, 그 일차적인 방법이 바로 선거권의 행사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주권자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선거뿐이다. 선거권을 방기한다는 것은 주권자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명백히 문제가 있는 제도와 현실을 방관하는 것은 주권자이기는커녕 부조리와 부패의 공범(共犯)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민주정치가 우중정치로 타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2500년 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 정치를 반대하던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까지 탄식하는 것이다.

도대체 투표율 20%가 무슨 소린가 말이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찍을 사람이 없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라는 냉소는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선거법에 투표 안한다고 처벌하는 규정은 없지만 이렇게 역사적으로 형성된 개념인 시민·주권자의 권리를 방치하는 것은 역사를 모독하는 짓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갈수록 태산이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교육의 수월성 제고·국제화 등을 들먹이며 경쟁을 부추겨 결국 작년 일 년 사교육비 1조3천억원 증가를 초래했고, 계층별 교육 기회와 수준의 격차를 키우고, 30년 전에 폐지되었던 중학입시마저 부활하여 이제 초등학생들마저 장악하였다. 전제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줄 세우기 ‘일제고사’(一齊枯死)를 강요하고, 이에 반발하는 양심적인 교사들을 대량 징계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파행을 아이들을 기르는 ‘어른’과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다행히 앞장서서 저지해야 옳다. 눈앞에 교육 수장(守長) 선거라는 기회가 주어진 이상 선거에 참여하여 심판하여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및 지방교육자치 선거의 전초전이다. 지금 경기도교육감선거에서도 관건선거와 색깔 공세가 여전하다. 이런 선거 부패를 퇴치하기 위해서라도 꼭 선거에 참여하여 개혁적인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교육을 비롯한 정치, 경제, 문화 각 방면의 부조리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느냐 아니면 뻔히 알면서도 나락(那落)의 길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다. 기성세대로서는 교육개혁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어른 대접을 받느냐 마느냐 그리고 명예로운 민주시민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느냐 마느냐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김한성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연세대 법학부 교수)

김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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