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少三美, ‘다른 선택’이 필요

[시민운동 2.0] 주요섭l승인2009.04.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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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입주해 있는 만해NGO교육센터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50부를 찍었다는 자료집이 금세 동이 나고, 200여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이 무려 5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4일 ‘경제위기와 民의 대안’이라는 토론회였다.

전국 규모의 단체들인 녹색연합, 생협전국연합회, 생태유아공동체전국협의회, 전국귀농운동본부, 지역자활센터협회, 한살림이 공동주최를 했으니 많이 올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하지만 주지하듯이 웬만한 토론회는 사실 발표자와 패널의 토론회일 뿐이다. 그렇다면 역시 시절 탓이었을 것이다. 경제위기의 대안적 해법에 대한 갈증과 열망. 국가와 시장에 의지하지 말고 ‘民의 대안’을 찾자고 하였으니 ‘대안운동’의 이목이 집중될 만도 했다. 더욱이 현장 ‘고수’들의 육성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결론은 없었다. 이야기가 조금 엇갈리기도 했다. 국민경제와는 동떨어진 소수의 자족적 운동에 머물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제 ‘대안’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대안적 민생경제, 즉 자립과 연대의 고리이자 마당은 ‘지역’이라는 것이다.(이 자리에서 지역차원의 ‘호혜 네트워크’가 제안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경제위기와 민의 대안> 자료집 참조)

마이너스성장이라는 심각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자본주의는 200여개의 유엔 가입국가들 중에서 G13이고, 최소한 G20이다. 초고속의 성장경제를 달려오며 어느새 세계자본주의 체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탓에 한국경제는 성장을 멈출 수가 없다. 속도의 관성 때문에 멈춤은 곧 추락, 수출경제를 포기할 수도 없고 저성장의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사교육시장의 팽창도 토목경제의 광폭도 그 파생상품들일 뿐이다. 고용인구 100만명을 차지한다는 사교육은 이미 한국판 ‘지식경제’(?)가 되었다. 삽질경제는 고성장과 저실업율의 필요악이 되었다. 더욱이 진보개혁이 애지중지하던 ‘녹색경제’ 마저 이명박 정부가 성장동력으로 가져가버린 상황이다. 국민경제, 혹은 일국 자본주의 차원에서 다른 대안이 있을까?

요컨대 한국경제의 운명은 오늘의 경제위기가 웅변하듯 세계자본주의체제의 그것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갈 길이 정해져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가 그러했듯이, 국민경제 수준의 해법이 ‘미세조정’은 될지언정 근본적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 전망과 행동 양 측면에서 모두 절실하다. 하지만 ‘호혜에 기반한 사회적 시장경제’(약칭 호혜경제)와 같은 시스템의 전환은 장기적인 지구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안’은 장기적 전환의 전망 속에서도 우선 이 구조로부터 살짝 빠져나오는 ‘직접 행동’에서 시작된다. 사실은 이미 ‘다른 삶’이 존재했다. 케인즈를 제치고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뜨고 있는 폴라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시장경제’ 외에 오히려 그것을 포함하는 ‘사회/공동체적 삶’이 있는 것이다.

이는 극소수의 대안이 아니다. 부부간에 12시간씩 일하며 400~500만원을 벌어 아파트 대출 이자 갚고 아이들 학원/과외 시키며 노후를 펀드에 맡기고, 한편으로 로또를 꿈꾸며 더 많은 분배(소득)를 기대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시골에 내려가서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게 유일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길’이라는 것이다. 장기하와 워낭소리의 ‘독립경제’처럼, 또한 생협과 지역통화처럼 상호부조와 품앗이로 이웃을 의지하는 ‘연대경제’가 하나의 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하나 더할 게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자기실현’. 이를테면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적게 버리는, ‘삼소’(三少 혹은 三小)와 함께 아름답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행동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삼미’(三美)가 더불어 필요하다. 왈 ‘三少三美의 네트워크’. 뉴 3S운동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이런 것, Slow(느림), Small(소), Soft(부드러움) 등. 요컨대 독립이든 연대든 포지티브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삼소(三少)가 네거티브 대안이라면 말이다.

삼소삼미운동과 호혜적 관계망의 관점과 저변이 있다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도 좋고, 사회적 책임투자도 좋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마저도.


주요섭 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위원

주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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