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골탑? 모골탑·자살탑!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4.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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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에는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이다.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여 ‘상아탑’(象牙塔)이란 고귀한 이름으로 불리던 대학이 ‘소의 뼈다귀로 쌓아 올린’ 우골탑으로 격하된 것이다. 우골탑이란 별칭이 붙게 된 데는 뼈아픈 얘기가 숨겨져 있다. 어려웠던 시절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좋으나 자식은 농가의 재산목롤 1호인 소를 팔아서라도 서울로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부모의 한(恨) 때문에 우골탑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우골탑은 옛말이 됐다. 치솟는 등록금과 사교육비 때문에 소 한 마리 팔아서는 등록금은커녕 대학에 합격하기도 어렵다. 30년 전에는 소 한 마리를 팔면 대학 4년치 등록금을 내고도 남았지만, 이제는 10마리를 팔아야 한다. 1978년 소 한 마리의 값은 58만8천원으로 당시 국립대 등록금(최고 11만3천500원)의 5.1배에 달했다. 소 한 마리를 팔면 4년 동안 등록금을 내고도 1년치 등록금이 남았던 셈이다. 지난해 말 한우 수소의 평균 산지가격은 389만5천원으로 국립대학 1년치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소 2.5마리를 팔아야 한다. 4년제 대학을 마치려면 소 10마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우골탑 대신에 ‘모골탑’(母骨塔)과 ‘자살탑’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아버지 월급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하니까 어머니라도 부업을 해서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 ‘모골탑’이다. ‘자살탑’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최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가슴아픈 사연이 아로새겨 있다. 앞으로 더 끔찍한 말이 유행할 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39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당 연 평균소득 4천673만원의 15.8%나 된다. 자녀 2명이 한꺼번에 대학에 다닐 경우 등록금에만 소득의 3분의1을 쏟아 부어야 한다. 고액 등록금은 고스란히 학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뺏기고 휴학하거나 군에 입대하는 경우마저 있다.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을 견디지 못해 학생들은 데모를 하고 총장실을 점거해 단식 농성을 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으나 취임 후 부인했다. 한나라당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빼버렸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정부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등 등록금 대책을 내놓았다. 대학들도 올해 경기침체를 감안해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서민 부담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은 ‘등록금 대출이자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자금을 대출받았다가 이자를 갚지 못한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찔끔 대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달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해 총 2천72억원을 학자금 지원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본 예산(8천456억원)과 합치면 등록금 관련 예산은 1조원을 넘는다. 지난해(7천173억원)에 비해 3천355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수치로만 보면 정부가 등록금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중 절반가량(4천774억원)이 금리 인하 등 대출 보증에 나간다. 연말까지 학자금 대출 이자를 한시적으로 0.3~0.8%포인트 낮추고 미취업자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1년간 유예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을 늘리는 공급자 위주의 예산 증액은 등록금 고통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매년 물가상승률의 2~4배나 오르는 등록금 고공행진에 브레이크를 걸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등록금 총액과 인상폭을 제한하는 등록금 상한제를 근본대책 중의 하나로 꼽는다. 등록금 네트워크와 참여연대는 전국 가구 월 평균 소득(약 330만원)을 기준액으로 하고 150% 범위 안에서 등록금을 정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학생이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을 마친 뒤 취업해 일정한 소득에 이르렀을 때부터 등록금을 상환하게 하는 방안이다. 이밖에도 건강보험처럼 소득 분위별로 액수를 달리하는 등록금 차등 부과제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7조2천억원에 달하는 사립대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는 최근 ‘등록금 인하 촉구 범국민대회’를 열고 “2009년을 반값 등록금 실현의 해로 만들어내자”고 선언했다. 이들은 “등록금이 인하되지 않는 이유는 대학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등록금 폭등을 방조하고 교육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며 돈 걱정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의 고민은 등록금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 문을 나서면 턱없는 일자리와 삭감된 임금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태백’으로 불리는 이들을 위한 생존대책은 없을까.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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