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중요변수 될 수 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토론회 이재환l승인2009.04.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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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다시 예측하기 힘든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한쪽에선 위성, 한편에선 탄도미사일 실험이라 규정하며 대치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가 위기 국면을 맞고 있고, 이를 한국정부가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민사회 역시 어떤 대응을 펼쳐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어떻게 볼 것인가-그리고 해법은’이란 주제로 각계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벌인 긴급토론회에서는 “이번 사건은 인공위성이냐, 장거리 미사일이냐의 과학기술적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문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변수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 /편집자

“과연 안보리 결의안 위반인가?”
제재안은 힘든 조건… ‘우주조약’에 근거 조망을


◇‘북한 인공위성 발사의 국제법적 시각’(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교수)=
인공위성을 탑재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접근한 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우선 이번 발사가 과연 UN 안보리결의 1718호 위반인지를 되물었다. 이 교수는 “결의안을 확대 해석하는가, 축소하는가에 따라 위반유무를 관련국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실정”이라며 “결과적으로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는 상임이사국 합의를 보지 못해 사실상 물 건너간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UN 안보리가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구속력이 없는 의장 성명이 가장 강경한 수순일거란 예측이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의 위성 발사는 지난 1967년 UN이 채택한 ‘우주조약’에 의거해 조망할 필요가 있다”며 “우주공간의 이용은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행할 수 있다는 우주조약에 근거한다면 북한의 이번 발사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간에는 인공위성 발사를 서로 축하해주던 관행을 이 교수는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상 인공위성 발사로 공인된 현 시점에서 안보리 결의안 1718호의 좁은 해석에 매달리지 말고 북한에 퇴로를 열어주며 대화의 길을 모색, 더 이상 한반도 정세가 악화국면으로 가게 놔둬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별국가들의 제재는 개별국에 위임토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제법을 놓고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위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사일을 예고하고, 추진체의 예상 추락지점을 국제법 원칙에 따라 정확히 통보한 것도 국제법을 준수한 것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대량살상무기나 핵무기 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신뢰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이 이번 발사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며 “대신 북한도 로켓발사가 동북아 국가들의 평화와 안정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으므로 신뢰구축을 위해 향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UN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를 결의한다고 해도 이미 일본의 경우처럼 가용할 수있는 제재 방안은 거의 진행되고 있음을 지목한 이 교수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로켓발사가 인공위성으로 확인된 이상 향후 남북관계 악화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예컨대 정부는 로켓발사가 미치는 동북아평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겠지만 특히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가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정부가 이번 발사를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극적인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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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존의 변증법을 강구해야”
PSI 전면참여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초래


‘인공위성 발사와 한반도 정세’(박경순 새세상연구소 부소장)=두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순 새세상연구소(옛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군사적 의도만으로 로켓을 발사했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부소장은 “북한은 경제발전 주요 전략을 항공우주산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며 “인민은 굶고 있는데 3억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로켓발사와 위성실험을 한다는 비판도 항공우주산업 수출 등의 경제적 효과를 외면하는 접근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며 ‘북한식 집중투자’를 지목한 발언이었다.

박 부소장은 이어 “국내 언론들은 북한의 발사가 결국 도발적 행위로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지적이면서도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한미일의 반발과 보복적 대응조치로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993년 노동 1호 발사,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 2005년 핵무기 보유선언, 2006년 핵실험 때도 일시적 긴장을 낳기도 했지만 곧바로 평화공존을 위한 상호대화와 협상을 촉진시켜 획기전인 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박 부소장은 “역사적인 경험을 비춰볼 때 이번 발사도 단기간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증폭해도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남북 개선효과와 한반도 평화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 높다”고 주장했다.

김 부소장은 “문제는 역사의 방향을 어떻게 몰고 갈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방의 평화적 활동조차 위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상호 적대적인 구조적 관계 때문”이라며 “적대적 관계를 끝내기 위한 한반도 관련국의 평화공존 관계 구축 논의가 북한 인공위성 발사와 평화의 변증법”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PSI 전면참여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대중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PSI 전면참여야 말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켜 격렬한 물리적 충돌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파탄지경’으로 지목하며 시민사회의 보다 강력한 문제제기와 공동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광범위한 대중들이 반북대결정책을 저지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요구사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 자리를 조속히 복원시키라는 촉구라고 덧붙였다.

△PSI=부시 전 미 대통령의 제안으로, 대량 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등 운반체를 육해공에서 검색 및 필요시 나포할 수 있는 군사 작전.
△UN안보리 결의문 1718호 제5조=‘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유예 공약을 재확인할 것을 결의한다’



“5~6월경 북미간 대화 장 마련될 것”
토론-향후 한반도 정세 분석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는 스스로 이중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경제·식량난 속에서도 로켓을 잇따라 발사하는 것과 강성대국을 위한 과학기술 선택이라는 관점에 대해 더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시민사회·운동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미국 본토까지 갈 수 있냐, 없냐란 논쟁은 결과적으로 대북강경파의 MD(미사일방어) 구축 정당성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굴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식의 접근은 객관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인공위성이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냐는 분석이 엇갈리는데, 미사일은 인공위성보다 10배 가까이 무거울 수밖에 없으므로 낙하지점을 볼 때 이번 북한 로켓 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바라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며 “또 위성은 단지 지구궤도만 벗어나게 하면 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해야 하므로 북한이 이 재진입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소위 ‘벼랑 끝 전술’로 평화·공존의 전화위복이 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단순히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다고 미국의 정책이 변화한 것이 아니라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 김대중 전 대통령 정상회담, 미 네오콘의 몰락 등 주변 개입변수가 컸다”고 지목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러시아 외교관을 통해서도 ‘북한이 UN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란 입장을 개인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UN 차원의 대응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언론 공고문 정도와 6자회담 복귀 촉구일 것이고, 북한 역시 반발 수위를 높이지 않은 채 6자회담 및 북미회담 가
능성을 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잠시 냉각기를 거치다가 5~6월께 미국이 대북특사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이 변수는 중단된 남북 대북에너지지원과 PSI 참여에 관련한 한국 정부의 태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벼랑 끝 전술만으론 대화여건 안돼”
“한국정부, 대북특사 파견 논의해야”
“도발억지 예방외교·통미봉남 탈피를”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위성 발사 의도에 대해 △체제 결속용 △대미 협상용 △판매 시험용 △대남 과시용 등이 있었다고 정리하고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5월 하순 쯤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대화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한반도 상황악화 방지를 위해 대화복원을 위한 대통령 특사파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PSI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었으므로 섣부른 PSI 참여 검토는 전혀 전략적이지 않고,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한반도 정세는 ‘유엔안보리 솜방망이 대북 경고조치→중국의 북미 대화 중재→한국 및 일본 정부의 대북 강경입장 완화, 미국의 대북협상 개시로 통미봉남 구도→북미협상 타결→남북관계 정상화 모색’의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정부가 이런 경로를 미리 예상하면서 현 단계에서라도 남북관계 정상화를 신속하게 모색하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통미봉남의 구도에 빠져 국익을 손상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초지일관해 대북강경입장을 고수하거나 북한과의 협상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이 미국의 주의를 끌기 위해 또다른 모험주의 노선을 취할 수도 있다”며 “그 경우 가장 유망한 시나리오는 중유공급 중단을 문제삼아 핵불능화 중단 선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핵 재처리 복구작업 개시와 2차 핵실험이 될 수가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정부가 보복 억지보다는 북한 도발 억지를 위한 예방외교를 중시하는 등 상황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정선 한국YMCA전국연맹 통일위원장(연세대 교수)은 “남과 북이 우주개발 공동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위성 개발과 보유를 위해 남과 북이 협력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에 실속있는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경제공동번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선근 평화연대 이사장도 “남북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발사체 기술과 남한의 인공위성 기술이 합작, 세계적인 인공위성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환 기자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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