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어떻게 배울까

책으로 보는 눈 [82] 최종규l승인2009.04.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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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을 뽑는 4월 8일을 앞두고, 경기도 일산에 있는 옆지기 식구네로 선거공보물이 날아옵니다. 모두 다섯 사람 치가 들어 있습니다. 다섯 사람이 내세우는 다짐을 죽 헤아립니다. 모두 한목소리로 공교육 살리기, 사교육 줄이기, 안전한 학교급식, 영어 북돋우기, 학교폭력 뿌리뽑기를 말합니다. 지난번 교육감을 뽑을 때 내놓았을 다짐은 이번 다짐과 얼마나 달랐을까 궁금합니다. 앞으로 또다시 교육감을 뽑게 될 몇 해 뒤 다짐은 또 얼마나 다를까 궁금합니다. 이러한 다짐을 장차관이나 교육행정 맡은 사람이나 교장교감이나 여느 교사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어떻게 받아들이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는지 궁금합니다. 공교육과 사교육과 학교급식과 영어와 학교폭력에 얽힌 실타래는 ‘새 교육감을 뽑는 자리에서만이 아니라 언제나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는가 궁금합니다.

스물세 권짜리 만화책 <좋은 사람>(다카하시 신) 13권을 펼칩니다. 이제 막 대학교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대학생(예비 실업자)이 얼굴보기 자리에서 면접관한테 눈물로 외칩니다. “아까 말씀하셨죠? 기업은 살아남아야 하는 시기에 있다고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신입사원 면접도 보고, 시험도 치르고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저만, 학생만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회사도 필사적으로 개인의 장점을 찾아야죠! 그래야 회사도 학생도 진정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테크닉이나 학력, 성차별에 좌우되지 않도록, 다들 취직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맘을 갖지 않도록 …정말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모두가 노력할 수 있도록, 그런 방법을 회사도 꼭 찾아 주시라구요!”(178∼179쪽)

‘배우는 자의 권리를 찾아서’라는 작은 이름이 붙은 <일본인은 어떻게 공부했을까?>(츠지모토 마사시)라는 책을 펼칩니다. 19세기 서민 교육 가운데 하나였다는 ‘데라나이쥬크’ 이야기를 읽습니다. “선생을 올바로 선택하는 것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데나라이쥬크의 학습과 교육은 충분한 신뢰 아래 선생과 아이와의 1대 1 사제 관계, 즉 개별적인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니까 아직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발상은 애당초 없었다.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모두 배우는 것이 원칙이었다.”(30∼31, 45쪽)

일제수업을 하는 한국에서 이제야 교육감을 ‘우리’ 손으로 뽑는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는 우리를 ‘가르칠 사람’을 우리 손으로 뽑지 못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또한 우리가 고르지 못합니다. 나이가 차면 꼭 초중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교에 반드시 가야 한다고 등 떠밀립니다. 그런 다음 도시에서 회사원 되는 시험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런 흐름에서 교육감 한 사람 ‘우리’ 손으로 뽑는 들 무엇이 나아질까 알쏭달쏭한데, 정작 이 교육감을 뽑을 수 있는 나이는 열아홉을 넘어야 합니다. 아이들한테는 권리란 없고 의무만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책이란 없고 교재만 있습니다.


최종규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내는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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