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노 전 대통령 형 건평씨에 이어 부인까지 비리의 축에 가세한 것이다. 특히 아들 건호씨 마저조카사위인 연철호씨와 함께 박연차 회장을 만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잘못은 잘못인데, 진실과 검찰프레임은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세상은 그를 믿지 못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정상문씨를 통해 받은 돈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연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대통령 퇴임 후 인지했고, 직무가 끝난 후의 일로 실제 투자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자신과는 관계없는 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박연차 회장은 500만 달러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건넨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품 수수시점이 퇴임 무렵이지만 각종 특혜에 대한 보은성 뇌물일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마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파산이요, 대통령 재직시절 청렴성 강조는 무색하게 됐다. 어느 정권보다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몰락 그 자체다. 2002년 5월 “대통령이 되면 친인척과 측근을 막론하고 비리를 저지르면 가차없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고, 당선자 시절엔 “이권개입이나 인사청탁 하다가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이젠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야 하고 처벌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 이를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 가능성이 크고, 권씨의 경우 청탁이 전제됐다면 알선수재죄가 성립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 돈 수수가 단순 채무채권거래인지 아니면 뇌물성 자금인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은밀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 전 대통령은 국민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이 봤을 땐 최고 권력자로서 대통령 재직 중에 돈을 받은 것은 단순한 채무채권 거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국가 최고 권력자의 순수성과 진정성만은 믿었는데 여기에서 참으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들은 지금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와 부패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돈을 받고 이권에 개입하는 게 다반사요, 과연 대한민국 부패권력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암담할 뿐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으로 퇴임 뒤 사법처리됐고, 전두환·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들은 업체로부터 돈을 챙겨 구속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6개 기업으로부터 66억여원을 받고 12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돼 권력누수를 일찌감치 불렀다. 현직 대통령 친인척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는 지난해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로비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고 권력자나 이를 둘러싼 친인척 비리는 한국 사회를 옥죄는 큰 비극이다. 이제 이러한 권력형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기구 설치 논의가 시급하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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