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속에서 헤엄치다

[책권하는 사회] 민정규l승인2009.04.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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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동결도 견디며 1초도 안 쉬고 일했더니 뭐가 어쨌다고? 더는 못 참아. 그만둘 거야!”

퇴근 무렵 윗사람에게 당한 게 억울하고 원통해서 동병상련 레벨의 친구에게 뒷담의 화두를 던졌다.

“아직도 그러냐? 우리 전무님은 오늘 실적보고서 보더니 창문에서 떨어져 죽으라고 하시더라”며 맞장구치던 상대가 오늘은 깊은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하반기 재계약 시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였는데, 이번에도 퇴사 처리했다가 다시 입사하는 계약직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재계약이 될지 안 될지 조마조마한 외줄타기 심정이란다.

경기 불황 속에 쏟아지는 실업자 중에 잠재적 실업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을 제외하더라도 실업자 100만명에 육박한다. 거기에 내 친구 한 명 끼면 100만 1명, 오늘 나까지 사직서 던지면 100만 2명….

휴, 이효리 광고 보면서 흔들고 쪼개고 넘기며 오늘밤 곯아떨어지고 나면 내일은 해가 뜨겠지.

그래. 지난날 여기저기 이력서 밀어 넣고 손톱 물어뜯으며 초조하게 취업 당락을 기다리던 설움을 상기하면 지금 다니는 직장은 천국이 따로 없다. 감사하게 여기며 ‘까짓 겉옷 벗으라면 벗지 뭐’ 하며 달리려니 이젠 속옷까지 벗을 판이다.

불황이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어댈수록 처절한 생존경쟁 사회에 던져진 약자의 기분만 강화될 뿐. 종영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짝퉁이라도 만나서 팔자 고칠 게 아니라면 ‘서민표’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곧 죽어도 긍정의 힘 품기와 몸값 올리기와 똥값인 동안엔 자존심까지 온전히 내려놓는 겸손함 키우기이겠구나.

긍정의 힘 키우고 몸값 올리고 겸손해지려면 책을 읽어야지. 책은 나의 돌파구, 책은 나의 백만장자퀴즈쇼, 책은 나의 구준표!

안 쫓겨나는 전설의 사원되기

오죽하면 책으로까지 나왔을까. 직장생활 신화들 말이다. 남들이 9시에 출근할 때 새벽에 제일 먼저 나와서 일을 시작했고, 모두가 미쳤다고 평가한 혁신 프로젝트를 몇 달간 밤잠 설쳐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니 대승리를 거두었다는 이야기. 한마디로 몸이 부셔져라 일하라는 성공스토리를 읽다보면 자신도 처음엔 핍박받는 일개 사원이었으니 이제는 어엿한 기업의 대표가 되었노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서민에서 귀족이 되었다는 회고문을 읽었다고 손해볼 것은 없다. 때로는 내게 추억의 붕붕자동차 꽃향기처럼 힘을 주기도 하고, 태양열전지판의 원천에너지를 충전하는 효과도 준다. 물론 당장 일에 뛰어들어 이리저리 서류더미의 파도에 치이다가 욕먹으면서 하루를 마감하다보면 ‘내가 잘못 살고 있나.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지만 책 읽는 게 남는 장사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고 하니 이왕 독종이 될 거라면 어쩔 수 없이 변종된 독종으로 살 것이 아니라 노후에 달콤하게 입안에 넣은 마시멜로를 상상하며 독종되기를 선택해보는 거다.













<핑!>에서 부엉이가 부엉부엉 하면서 개구리 제자에게 말한 게 생각난다. “실수는 극복하면 되지만, 나태함은 영혼을 질식시켜버린다. 훗날 네가 실행했던 일들보다 실행하지 않았던 일들 때문에 더 많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라. 무언가가 되려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거야.” 내 마음을 콕콕 찍어대던 부엉이는 이어서 “할 수 없다고 믿으면 정말 할 수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해낼 거야. 말은 신념을 낳고 신념은 행동을 낳는다. 네 운명을 다스리려면 먼저 네 생각을 다스려야 해. 네가 생각하는 것이 곧 네 미래가 된다”라고 말해서 감명을 줬었다.

눈앞의 마시멜로 먹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을 참고 준비하라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왠지 마시멜로를 사서 장롱에 모아둘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 것처럼 이번엔 부엉이벽화라도 걸어놓을까 고민된다.

<전설의 사원>를 쓴 일본아저씨는 내게 “기업으로 하여금 가격대비품질이 우수한 고부가가치의 인재상품이 되라”고 현실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9년간은 순간의 욕망, 주저앉고 싶은 충동, 좌절, 인간관계 문제, 생활고 등이 유혹을 해도 월급을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더 배우지 않으면 손해라는 마음으로 일에 의욕을 가지라고 말이다. 심지어 24시간 일할 각오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입사하자마자 스스로 해고하고 죽을 때까지 회사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시도했다고 한다. 요행을 바라는 내게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바보스러운 열정”이라는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이기는 습관>의 아저씨도 “바탕 없는 재기발랄함은 그 수명이 짧다”며 내 양심을 확 건드렸었지. 일이 주어지기 전에 먼저 자원하고 상사에게 늘 도움을 주며 위기에 강하게 대처하고 늘 또 한 명의 CEO로서 회사 번창에 기여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그 책은 참 도전적으로 써서 종종 일할 맛과 약발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꺼내 읽게 된다. <진짜 일하러 회사에 가라>는 완전 빈틈없고 성질머리 고약한 상사가 내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고함을 지르는 책이었다. 꿍얼꿍얼 변명하는 내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못하게 하는 회초리 같았다. 이런 책들 때문에 직장인에 대한 이상형만 높아졌다.

‘직딩’ 생활하는 것이 남는 장사

<내 인생의 CEO가 되자>에서는 자신의 버스에 누가 올라타든 삶의 운전대는 자기가 잡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고 말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살면 삶의 질에 불만을 느끼고 늘 지쳐 있으며 삶의 주도권을 갖지 못해 살이 찌거나 우울하거나 술이나 폭식에 빠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나를 보고 쓴 걸까? 하지만 제안해준 것은 비현실적이다. 책대로 삶의 균형을 위해 회사에 재택근무를 제안하면 옳다구나 하고 책상을 빼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은 다 회사에서 정리되어도 나만은 살아남는 방법은 역시 CEO처럼, 세일즈맨처럼, 홍보팀장처럼, 경리처럼 척척 만능이 되는 것일 게다.













<육일약국 갑시다>의 김성오 저자는 약국 하던 시절에 누가 물어보면 “네, 약국 경영합니다”라고 했다. 늘 ‘손님이 기대하는 것보다 1.5배 이상 친절하라’는 방침하에 오는 손님들의 이름을 다 외우는 정성과 감동을 다 쏟은 마음경영으로 4.5평의 약국을 마산의 랜드마크로 만들어낸 위인이 되었고, 컴맹인데도 온라인 교육사업 메가스터디 앰베스트를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의 주인공이다. 역시 CEO마인드를 따라올 게 없는 건가. 나도 누가 물어보면 내 직급을 얘기할 게 아니라 “울 회사 경영합니다”라고 말해야겠다.

<10미터만 더 뛰어봐>의 김영식 저자는 마치 일에 미치고 목숨 건 듯 보인다. 천호식품의 회장인 저자는 “나는 우선 욕망을 갖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꿈꾸고,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성공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성공이라고 확신한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성공한 사람 곁에서 성공한 사람을 집중 탐구하라”며 우리를 자극했다. 그는 10년 전에 “쑥을 팔자, 못 팔면 죽는다”라는 문구를 휴대 전화 액정에 표시하며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것, 노력하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며 어떤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몰두하라는 조언이다. 그리고 나처럼 작심삼일을 삼일에 한 번씩 하는 삶이 아니고,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쓰러진다는 마음으로 발을 떼지 말라고도 말한다. 늘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만일 세일즈맨이라면 택시를 타든 누구를 만나든 준비된 메시지를 전하는 미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가 미칠 노릇이군”

이런 책들 읽다보니 나도 미칠 노릇이다. 내가 그런 그릇이 되기는 하는 건지. 그냥 영화 한편 보듯이 잠시 남의 인생을 잘 경험한 셈치고 책을 덮어야 할까. 책들 옆에서 피곤한 몸을 뉘이려니 한 권이 책이 또 내게 호통을 친다.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 열어보니 부하직원을 벼랑 끝으로 몰라고 권하고 있다. 선수를 올림픽에 참가할 만한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서 코치는 안이하게 타협하지 않고 선수를 철저하게 막다른 지경까지 몰아가며 엄격하게 훈련시키듯 부하 직원이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해도 결과적으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일을 했는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헤쳐 막다른 지경까지 몰아붙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능력 없는 상사보다 더 나쁜 것은 이해심 많은 척하는 상사라나.

일단 이 책을 이사님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둔다. 아, 그래도 살고 싶다. 행복하게!


민정규 북코스모스 편집장

민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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