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모양이다. 지난 14일과 15일 연이어 발표를 미루는 것을 보면 남북관계를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정부가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관련국과의 협의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도 검토할 사항이 남았다는 것이다. 관련국 협의와 관련해선, 중국과 러시아가 아직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이 PSI 참여국이 아닌데도 협의 절차를 밟는 것은 PSI 전면 참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북한 측에 간접적으로 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제조기술의 국가간 이전과 운반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발족한 국제협력체계로 지난 2003년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족했다. 대량살상무기를 실을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나 화물선을 공해상이나 우방의 영해 및 영공에서 강제로 검문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뼈대로 한다. 북한과 이란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의혹을 받는 국가들이 주된 대상이 되고 있는데 지난 3월 현재 9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은 PSI를 ‘한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으로 규정, 참관단 파견도 핵전쟁을 몰아오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북한 조평통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이유로 PSI에 참여한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PSI참여는 대북관계 악화와 남북한 긴장만 부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가 경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PSI 참여와 같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서해상에서의 군사 충돌뿐만 아니라 육상에서의 남북간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SI 참여는 또 한반도 전 해상에서의 국지적 충돌 위험성을 높이고,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도 우려된다. 더구나 PSI 참여는 대통령의 특사파견, 군사적 대응 부정 등 그 동안 보였던 전향적 움직임을 부정하는 꼴이 되고, 북한과의 대결 정책을 공식화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와함께 PSI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동북아 평화도 흔들 수 있는 심각성을 안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북한의 의심 선박을 차단하기 위한 관계국들의 해상 훈련인PSI에 우리가 참여할 경우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나아가 PSI참여는 법리상 남북해운합의서를 뒤집는 행위이고 북한은 남측의 PSI참여라는 도발적 행위 때문에 해운합의서를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몰아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한국 정부의 PSI에 전면참여로 북한이 무려 21조원의 직간접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지경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이다. 분단국인 한반도에서는 남북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하는 길이 바로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분단국에서 안보와 평화문제에 이상이 있으면, 모든 대내외적 국정은 중단된다. 미 오바마 행정부도 PSI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PSI 명칭부터 손질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과거의 PSI만을 생각하고 섣불리 참여를 하면 분명 사면초가에 휩싸일 것이다. PSI 전면 참여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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