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과 MB블랙리스트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4.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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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의 ‘빨갱이 사냥’이 극성을 부리기 직전 ‘할리우드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정치적 신념이나 가입한 조직 때문에 연예활동을 거부당한 작가와 배우, 감독, 음악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인도주의를 표방하는 조직에 가입하거나 동정적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또는 공산주의 활동에 대한 연방정부 조사의 협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혐의도 확인된 것이 없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들은 일자리를 잃고 복귀하지 못했다.

1947년 11월 처음으로 ‘할리우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의회의 ‘반미활동 조사위원회’에서의 증언을 거부한 작가와 감독 10명에게 의회모독죄가 적용됐다. 영화사 사장들은 이들을 해고하고 고용하지 않겠다는 ‘월도프 선언’(Waldorf Statement)을 채택했다. 1950년 6월에는 ‘붉은 채널’(Red Channels)이라는 팸플릿이 나돌았다. ‘붉은 채널’에 거명된 151명의 연예산업 종사자들은 “붉은 파시스트와 동조자들”이라는 험악한 용어로 규탄대상이 됐다.

국내에서는 ‘노동계 블랙리스트’가 횡행한 적이 있다. 1980~1990년대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악랄한 수법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없었다. 전두환 정권은 노동계 정화를 명목으로 노조 간부들을 강제 해고시킨 뒤 이들의 인적사항과 전력 등을 적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이 다른 사업장에 일절 취업하지 못하게 했다. 블랙리스트는 기업체와 노동부, 정보기관 등 3자 합작으로 작성돼 각 사업장 및 노동부 근로감독관실, 정보기관에 비치돼 있었다. 블랙리스트는 부당노동행위는 물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끔찍한 인권유린행위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악몽의 블랙리스트가 부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매카시처럼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세력을 좌파로 몰아 부치고, 미네르바처럼 철창에 가두기도 했다. 더 나아가 비판세력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돈줄을 죄어 고사시키려 한다.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혈세를 자신에 우호적인 사람이나 단체에만 지원하는 편협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1천842개 시민사회단체를 ‘불법폭력 시위 단체’로 규정한 뒤 “이들을 원칙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성부와 노동부는 보조금 신청 단체에 불법시위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고, 불법시위 등에 보조금을 쓰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한 단체 등에 보조금 지원을 제한할 것을 명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또 산하 기관의 지원금 수혜대상도 차별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 자신에 비판적인 교수에 대해서도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는 등으로 보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한반도 대운하 반대 운동에 서명한 한 교수는 연구비 지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언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연구단체인 ‘미디어 공공성 포럼’에 참여한 교수들도 연구비 지원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실린 칼럼을 분석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교수 등의 명단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에 정면으로 싸운 전설적인 언론인이 있다. 당시 CBS TV의 시사프로그램 ‘시 잇 나우’의 메인 앵커였던 에드워드 머로이다. 머로는 매카시의 서슬퍼런 광기에 침묵하던 지식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머로도 매카시로부터 ‘빨갱이’로 매도당했다. 그러나 CBS는 광고가 끊겼다는 이유로 ‘시 잇 나우’를 폐지해버렸다.

최근 MBC TV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쫓겨난 신경민도 닮은 꼴이다. 신경민 앵커는 미네르바 구속, 용산 참사, 장자연 리스트 등 사회문제에 대해 클로징 멘트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꼬집었다. 정권 내부에서는 신 앵커를 ‘좌파’로 규정했음직 하다. 그래선가. 정권의 눈치를 살피던 MBC는 “프로그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 앵커를 전격 교체했다. 바야흐로 50년 전 미국 사회를 퇴보시켰던 매카시즘이 한국에서 ‘명바기즘’으로 부활하고 있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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