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면 다시 촛불이"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4.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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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과 촛불의 차이는? 달은 자신이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태양빛을 반사하여 밤을 밝힌다. 달이 차오르면 달빛은 어두운 밤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춘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 어두움을 날려 버린다. 한 개의 촛불은 바람 앞에서 쉽게 꺼져 버리지만, 여럿이 모이면 폭풍도 끄지 못한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달이 차오른다, 가자’고 부르짖는다. 달이 차오르면 달빛이 어두움을 밝힐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도 다시 타오르면 어두움은 멀리 사라질 것이다.

여럿이 모이면 폭풍도 끄지 못한다

광화문을 밝게 물들였던 촛불이 켜진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4월 어느 주말, 서울 청계광장에서 여중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주부가 ‘촛불소녀’ 들을 뒤따랐다. 5월2일에는 첫 번째 촛불문화제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6월 광화문 일대를 밝힌 100만개의 촛불은 함성 그 자체였다. 경찰은 군홧발로 여학생 머리를 짓밟고 시민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8월말까지 1,524명이 연행돼 32명이 구속됐고 22명이 수배됐다. 시위과정에서 2,500명이 부상했다. 그 뒤로 촛불은 점차 사그라들고 꺼진 것처럼 보였다.

그 후 1년여 동안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삽질 경제’와 ‘공안 통치’에 시달려 왔다. 이 대통령은 두 번이나 고개 숙여 국민에 사과했지만 거짓말임이 금방 드러났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들의 ‘아침이슬’을 들으며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던 이 대통령은 광화문 사거리를 가로막았던 ‘명박산성’처럼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했다. 오히려 ‘촛불 민심’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경찰과 검찰을 동원한 ‘공안 탄압’으로 국민을 옥죄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국민이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와 인권을 크게 후퇴시켰다. 교과서 개악과 역사 왜곡,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국민이 반대하는 경부운하 건설, 재벌 배만 불리는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 의료보험 민영화 및 영리병원 허용도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PS1 참여 움직임과 개성공단 위기로 남북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민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민생은 나락에 떨어졌다. 이윤추구에 몰두하는 자본이 불러 오고 무능한 정권이 심화시킨 경제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였지만 ‘무기’이기도 했다. 이를 빌미로 일방적 해고와 구조조정, 임금삭감을 강요하면서 희망의 일터가 절망의 일터로 바뀌었다. 실질적 실업자가 400만명에 육박했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 사각지대는 4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솟는 사교육비와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한숨과 고통은 한 없이 늘어만 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삶을 외면한 채 대기업과 투기꾼을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 건설업자만을 위한 ‘삽질 경제’, 일자리 나누기의 탈을 쓴 임금 삭감 등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내세운다. ‘강부자’를 위한 감세만 2012년까지 97조에 달하지만, 정작 서민을 위한 대책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경제위기로 인한 책임과 고통은 전적으로 서민 몫으로 돌아올 판국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2의 촛불’을 두려워하고 있음은 전방위에 걸친 언론장악 기도에서 잘 나타난다. 촛불의 진원지인 ‘아고라’를 봉쇄하기 위해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누리꾼들을 재판에 회부했다. 그들에게는 이른바 ‘집단지성’이 가장 무서웠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다룬 ‘PD 수첩’에 대해서는 1년여 동안 강압 수사를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재벌 방송과 조중동 방송을 허용하여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한다. 인터넷 여론을 봉쇄하기 위한 사이버 모욕죄 등 법률 제정에도 여념이 없다.

민생 민주를 위한 기폭제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노총은 1일 노동절을 맞아 ‘119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촛불정신계승, 민생 살리기-민주주의 살리기, MB정권 심판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 학생 노동자 등 10만여명이 참여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5월2일 촛불 1주년 기념일과 함께 하며 6.10민주항쟁 기념일까지 민생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전 국민적 투쟁으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노래한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싸구려 커피)’ ‘별일없이 살아왔지만 매일매일 신나게 사는 게 재밌다(별일없이 산다)’ ‘찬란히 빛나는 햇살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간 모든 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칩거)’. 장기하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고 반복해서 부르짖는다. 촛불이 어둠을 밝히는 곳으로!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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