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4대 선결 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우려했던 대로 스크린쿼터 축소는 투자위축과 제작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영화인들의 공통적인 목소리이다. 한미FTA 국회 비준안 상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영화인들의 의견은 어떤지 정지영 문화침략저지및스크린쿼터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 공동대표(영화감독)을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

영화인대책위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준비는 어떻게 돼가나.
▲미안하다. 작년 말, 거의 시나리오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아리랑’과 같은 비상업적 대작은 투자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과 만났다. 지금은 뚜렷하게 상업적인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을 성공시킨 후 그 힘으로 ‘아리랑’을 만들 작정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투자위축과 제작축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현황과 앞으로 우리 영화에 미칠 영향은.
▲현재 드러나고 있는 바와 같이 투자 위축, 제작편수 감소, 점유율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극장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스크린을 도배하고 있다. 여기에 밀린 한국영화는 교차·부분상영, 조기종영 등의 편법으로 관객에게 평가받을 최소한의 기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고 한국영화의 위기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본다.

-영화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은 어떤가. 이를 테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 씨가 “요즘은 읽어보라고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한 편도 없다”고 한 고백처럼. 정 감독의 경우는 어떤가.
▲전도연 씨는 스타이고, 정지영은 인기 없는 감독이다. 전도현 씨가 그렇다면 정지영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 아닐까?

-스크린쿼터 축소 피해를 상쇄한다며 마련한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생각은.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은 누차에 걸쳐 영화발전기금이 스크린쿼터 축소와는 무관하며 정부가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한국영화 진흥계획의 일부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부처 최고책임자의 확인과는 무관하게 정부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기금이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라는 인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왔다. 영화인대책위는 원칙적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로 지원되는 발전기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설령 그 기금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오늘의 영화계에 아무리 유용하게 쓰여진다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스크린쿼터 축소가 가져오는 투자 제작 감소 현상을 극복할 수는 없다.

-한국영화의 위기와 관련해 그 원인을 한국영화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영화가 잘 될 때는 그 이유가 스크린쿼터 유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시스템의 혁신이나 정부의 지원, 대자본의 진출 등에 있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 축소와는 상관없이 이러저러한 내부의 문제들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을 정해 놓고 주장을 위한 주장을 하며 현실을 호도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크린쿼터 무용론을 위해서라면 모 배우가 외제차 타는 것까지 논리로 쓰는 사람들이니까.

-한미FTA가 발효돼 미국이 요구할 경우 축소는 할 수 있되, 확대는 할 수 없는 되돌릴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영화부문의 한미FTA 협정문 독소조항에 대한 의견은.
▲한미FTA의 협상이라도 시작하려면 스크린쿼터를 줄이고 오라는 미국의 오만한 요구를 한국 정부는 굴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것도 모자라 협상 기간 중에는 더 줄이면 줄였지 단 하루도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해 주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미FTA의 결과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기회가 되는대로 추가축소나 완전폐지를 요구해 올 것이고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투자자정부소송제(ISD)나 비위반 제소 등의 독소조항을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정부 지원을 문제 삼을 수 있게 돼 있다.

김상택 기자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국영화계가 서서히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영화 창구와 비교할 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신촌의 한 극장 한국영화 창구 앞

-시민사회단체들은 ‘싸움은 지금부터’라며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영화인들의 대응 계획은.
▲우리 영화인들도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부결시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위원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설득과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로 인해 한미FTA협상 결과에 대해 꽤 많은 국민들이 긍적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찬반토론의 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게 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국회비준동의 찬반투표 전에 온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대선주자들에게 국민투표문제를 공약으로 내걸도록 압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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