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계치 초과, 전국 각지서 지역민 반발

지난달 29일 17번째를 맞는 ‘세계 노 골프 데이’를 맞아 환경단체들이 적정 골프장 한계치를 이미 넘긴 우리나라의 골프장 정책의 재고를 촉구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원주녹색연합·인천녹색연합·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등은 지난달 29일 “골프장 사업자와 지자체, 환경부가 내용과 절차를 무시하면서 골프장을 짓는 동안 산림훼손, 토지수용, 건설 후 농약 과다사용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 친환경농지에 대한 경제적 문제 등 숱한 환경·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골프장 맹신과 광풍, 정부의 무대책 정책 등이 불러낸 결과물”이라고 지목했다.

현재 국내에는 280여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122개소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되고 있다. 지난 1989년 기준으로 49곳이었던 골프장이 2008년 402곳으로 국토의 약 0.3%, 서울시 면적의 절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골프진흥정책을 통해 골프를 대중화하고 해외로 나가는 골프 관광객을 국내로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단체장의 치적처럼 앞 다퉈 골프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강원도 여산골프장, 피넘브라 리조트, 섬강골프장, 강릉골프장, 경기도 안성 미산골프장, 인천 계양산골프장, 대전 성북동골프장, 충남 보령 천북골프장, 천안 북면골프장 등에서 공익을 명분으로 한 토지강제수용 등의 갈등을 빚으며 주민들과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골프장의중점사업환경성검토항목및검토방법등에관한 규정’을 어겨가면서 골프장을 무작위로 건설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골프장 입지규제 완화정책은 어느 정부할 것 없이 공통으로 추진했던 사항”이라며 “지난 2004년 참여정부는 해안구릉지, 한계농지, 서해안 간척지, 매립지도 골프장 부지로 가능하도록 입지규제를 완화했고, 이명박 정부는 지자체마다 전체 임야 면적 가운데 골프장 면적이 5% 이내였던 규정을 폐지했다”고 지목했다.

이어 “나아가 골프장 사업자에게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정책으로 골프장 난립을 한층 부추겼다”며 “지난해 발표한 골프장 중과세 완화에 따라 18홀짜리 골프장이 납부하는 세금은 30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고, 시군구로 편입되는 지방세도 7억2천만원에서 4억1천만원으로 대폭 축소되는 등 골프장이 지역 세수 증대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도 문제로 지목됐다. 단체들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지방 환경청이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를 협의 완료한 곳은 총 125건이지만 해당 골프장에서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된 곳만 10여건으로 전체 협의 건수의 8%에 해당했다”며 “골프장 사업자가 부실로 작성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지방 환경청이 통과시켜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된 경우도 협의가 된 상황”이라며 “ 이러다보니 현재 검토 중인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천 계양산 골프장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물장군, 소쩍새 등이 발견되었음에도 환경부는 골프장 건설 부동의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 최근 강원지역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서 하늘다람쥐, 수달, 담비, 삵과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었음에도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이 사실이 누락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대한 협의를 강행했다.

단체들은 “한국의 적정 골프장 수는 골프 인구와 비교했을 때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며 “그럼에도 골프장 사업자는 적절히 빠져나갈 정도로 검토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골프장 대신 지역 공동체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지역 발전방안이 구상되고 전환되어야 할 때”라며 “‘노 골프 데이’를 맞이해 골프장 정책의 재검토가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동본 기자

설동본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