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일상의 촛불로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5.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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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직장인,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원 등이 모여 1주일에 한 번씩 촛불문화제를 갖는다. 쇠고기에서 대운하, 방송장악, 자유무역협정까지 시의적절하게 이슈를 바꿔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촛불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전에는 신경쓰지 않던 정치,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에게 변화를 주는 촛불이 작게나마 이어졌으면 좋겠다.”

“매일 저녁 촛불 전시전을 열며 촛불을 끄지 않았다. 꾸준히 촛불을 들면서 시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촛불이 제기했던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촛불을 들면서 금방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조급증에서 벗어난 것 같다. 촛불만 드는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도 하고, 불매 운동과 ‘조중동 반대’ 서명운동을 한다.”

지난해 촛불이 광장의 촛불이었다면 이제는 일상의 촛불로 변해가고 있다.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와 촛불집회에 참여한 ‘촛불 민심’들의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광장의 촛불은 사그라 들었지만, 지역에서 촛불을 끄지 않았던 이들은 ‘일상의 촛불’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30년 전 독재시대로 후퇴하고 있지만 일상의 촛불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는 ‘권력 정치’가 아닌 ‘생활 정치’에서 시작됐고, 운동 주체도 ‘결집된 단체’가 아닌 ‘자발적 대중’이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촛불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4.29 재보선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주도권에 균열을 가져왔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한 촛불의 외침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당선으로 이어졌고, 1년 동안 억눌렸던 촛불의 분노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촛불로 인한 ‘참여의 기억’이 엄혹한 상황을 바꾸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0대5로 참패한 4.29 재보선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7.6%포인트나 폭락한 25.0%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도 한나라당의 4.29 참패는 국정심판이었다는 여론이 58.6%로 압도적이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는 재보선 책임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선거결과는 ‘독선적 국정운영’, ‘민주주의 퇴행’으로 대표되는 ‘MB식 통치’와 ‘MB식 법치’에 국민이 강한 경고의 메시지”라며 “비판에는 귀를 막고 국회마저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편가르기 대결정치로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여당의 오만함이 선거참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인 부평과 울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은 부자감세, 건설특혜로 대표되는 ‘MB식 경제살리기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신독재에 맞먹는 공안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제2의 촛불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강경책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44명을 구속하는 등 단일사건으로 단군이래 가장 많은 1천647명을 사법 처리한 경찰은 촛불집회 한 돌을 맞아 사흘 동안 열린 집회에서 시민 241명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경찰의 모습은 마치 계엄군과 다름없었다"며 이명박 정부의 반 인권적이고 비상식적인 탄압을 성토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촛불 예방 법안’ 마련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한나라당은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사회개혁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경찰관 직무집행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비롯해 31개의 반인권법을 밀어붙일 태세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불심검문을 거부할 경우 현장에서 지문 확인과 휴대전화 압수를 허용한다. 전두환 정권 시절 만연했던 경찰의 불법연행을 되살리는 대표적인 반인권법이다. 집시법 개정안은 마스크를 쓴 집회 참가자나 시위 용품을 제조 운반 보관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말해 “촛불을 억누르는 무리한 법 집행을 합법화하려는 조처”인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제2의 촛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촛불 민심을 받아 들여야 한다. 독선적인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면 전환하고, 부자 특혜가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정책,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말만 번드르르한 선언적 조처로 봉합하려 한다면 촛불 민심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광장의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공안탄압으로 되살아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의 촛불은 작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단체도 일상의 촛불처럼 ‘생활 정치’를 통해 ‘MB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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