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맑스(4)

철학여행까페[69]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l승인2009.05.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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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은 맑스 사상의 세 가지 원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맑스는 고전적인 독일 철학, 고전적인 영국 정치 경제학, 프랑스 사회주의와 같은 19세기의 정신적 주류를 발전시킨 선구자이다.”

이동희
프랑스 노동자와 대화하는 맑스 1844. Hans Mocznay

레닌이 맑스의 사상을 형성한 세 가지 원천을 이야기하지만 맑스 사상은 ‘헤겔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맑스는 헤겔에게서 변증법의 원리와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사고를 이어받았다. 자본론에서 맑스는 헤겔이 ‘죽은 개’ 처럼 취급받던 세태에 대항해서 헤겔 변증법의 합리적 알맹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러자면 그는 거꾸로 서 있는 헤겔의 변증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길지만 <자본론> 제2판 후기에서 맑스가 직접 쓴 글을 인용해 보자.

헤겔 변증법을 바로잡아라

“나는 약 30년 전에 헤겔 변증법이 아직 유행하고 있던 그 당시에 헤겔 변증법의 신비화된 측면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내가 자본론 1권을 저술하고 있던 때에는 독일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활개 치는 불평 많고 거만하고 또 형편없는 아류배가 일찍이 레싱 시대에 용감한 모제스 멘델스존이 스피노자를 대하듯이 헤겔을 바로 ‘죽은 개’로서 취급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자신을 이 위대한 사상가의 제자라고 공언하고 가치론에 관한 장에서는 군데군데 헤겔의 특유한 표현방식을 흉내내기까지 하였다. 변증법이 헤겔의 수중에서 신비화되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다름 아닌 헤겔이 처음으로 변증법의 일반적 운동형태를 포괄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서술하였던 것이다. 헤겔에게 있어서는 변증법이 거꾸로 서 있다. 신비한 껍질 속에 들어 있는 합리적인 알맹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바로 세워야 한다.”

맑스는 헤겔 역사철학을 뒤집어 역사적 유물론을 정초했다. 역사적 유물론에서는 경제적 요소가 이론의 기초를 형성한다. 그는 경제 이론의 도움을 받아 헤겔의 역사관을 뒤집어 인간의 역사를 재해석한다. 그는 헤겔이 주장했던 철학, 종교, 문화와 같은 상부구조가 하부 구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인 물질이 인간의 존재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인간의 의식이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인간의 의식을 규정한다.”

그러나 맑스는 천박한 유물론과 다르게 역사적 유물론에서 인간의 의지와 실천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적 유물론에서는 인간의 실천적 의지가 강조된다. 관조나 해석이 아니라 세계의 변혁을 문제 삼는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동희
칼 맑스. 1882년 경 사진
맑스는 인간의 역사의 중요한 동인을 헤겔과 다르게 생각한다. 역사의 중요한 동인은 ‘인간의 의식’이 아니라, ‘물질’을 둘러 싼 계급 간의 대립과 투쟁이다. 그는 <공산당 선언>에서 인간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묘사한 적이 있다.

그는 생산관계와 생산력 사이의 모순이 증대되면 사회적 혁명의 시대가 들어선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생산관계는 사유 재산권과 같은 인간의 물질적 관계의 총체성을 의미하며 생산력은 물질 생산을 위한 인간의 능력과 경험 그리고 생산수단을 말한다.

그는 계급투쟁은 각 시대마다 경제 관계에 있어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의 사이의 투쟁이었으며 이러한 투쟁은 매번 사회 전체의 혁명적 변혁으로 끝이 났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투쟁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원시사회, 고대 노예제, 사회, 봉건사회, 근대 시민적 자본주의사회라는 새로운 사회 구성체이다. 그는 역사적 유물론에 따라 공산주의의 필연적 발전을 강조한다.

과학적 사회주의를 주창하다

맑스는 유토피아적 사회주의가 아니라 과학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유토피아적 사회주의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도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 유물론은 현실을 과학적으로 파악해 다가 올 미래를 예측한다.

그는 도래할 사회를 예측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사회의 분석에 몰두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자본론>이라는 저서였다. 그는 자본주의의 내적 토대에 의해서 공산주의사회로의 발전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자본이 점점 더 적은 수의 자본가에 집중하게 된다.

“점점 더 적은 수의 자본가에 자본이 축적되며, 노동자는 점점 더 가난해 진다.”

그러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모순이 격화되면 사회의 다수인 노동자에 의해 노동자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노동자는 더 이상 그러한 모순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자신을 얽어매는 ‘쇠사슬’과 ‘빈곤’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맑스는 이미 <공산당 선언>에서 전세계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구한 적이 있었다.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에서 잃을 것은 ‘쇠사슬’ 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는 노동자 혁명에 의해 자본주의 사회가 종말을 고하고 또 다른 사회인 공산주의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마지막 계급 투쟁에서 노동자 계급은 스스로를 관철할 것이다.”

이동희
칼 맑스의 무덤.
노동자 혁명과 더불어 생산 수단은 사회화되고, 노동은 집단화된다. 마침내 혁명 후에 계급은 지양되어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 그리고 국가까지도 지양된다. 맑스는 공산주의를 인간과 자연 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의 진정한 해소이자 역사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으로 보았다.

맑스는 자본주의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 사회의 이행을 필연적인 것으로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맑스의 주장과는 달리 공산주의혁명은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그는 공산주의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로 우선 자본주의가 발전해야 한다고 보았다. 공산주의는 바로 자본주의의 변증법적 지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맑스는 1882년 <공산당 선언>의 러시아 판에서 러시아에서의 혁명이 “서구에서의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의 신호”가 되어 이로 인해 세계혁명이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러시아와 같은 나라에서 자본주의의 급속한 신장과 프롤레타리아의 급격한 출현이 동시에 발생해 이중적인 압력이 강해지면 그 사회는 그러한 압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실험 그러나 남은 과제

맑스의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성숙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적 변혁을 겪지 않은 나라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맑스의 역사적 유물론은 충분한 대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맑스의 예측과 달리 실제 역사에서도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러시아와 중국에서 일어났다.

맑스가 과학적 사회주의를 통해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기대했던 공산주의 사회는 실제 역사에서 실패로 끝이 났다. 그러나 맑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꿈꾸었던 세상은 인류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각 개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오늘은 이 일을, 내일은 저 일을, 즉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때는 소를 몰며, 저녁 식사 후에는 비평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사냥꾼으로도, 어부로도, 목동으로도, 비평가로도 되지 않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맑스편 제4회 끝>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구스타프 슈바브 그리스로마신화\' 역자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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