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이제 정부의 피아노”

[책 권하는 사회] 최윤도l승인2009.05.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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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압박의 협주곡이 시작됐다
‘통제의 망령’ 누가 다시 불러왔을까?


흰 쌀밥과 보리밥 중 우리 건강을 위해 더 좋은 밥은 무엇일까?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물론 서울올림픽도 훨씬 더 전의 일이지만 정말 그랬다. 정부의 지시로 언론은 쌀과 보리의 영양순위가 바뀌었음을 알려야 했다.

보리가 풍작이면 늘어난 보리의 소비를 위해 쌀은 성인병의 주범이며 당뇨병의 원인이 되었고, 학교에선 국민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열어 쌀과 보리의 혼합여부를 확인했다.

지금 와서 정부가 이런 기사를 내보내라고 언론 통제를 해도 정보화 사회다, 웹2.0이다 하는 이 시대에 곧이대로 들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때그때 달랐던 언론

정확한 영양성분표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전문가들의 견해까지 곁들이니 책상에 앉아 마우스 몇 번 클릭하면 ‘진실’이 쏟아져 나온다. 차라리 생산이 넘쳐 판로를 고민하는 농심을 헤아려 주었던 정부의 낭만이라 해두자.

그런데 2009년의 한국은 차라리 낭만이 조금이라도 있던 때보다 더 섬뜩한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의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이다.

조금만 들여다보자. 명예훼손죄란 ‘공연히 구체적 사실이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다. 문화방송의 PD수첩이 적시한 사실은 광우병 위험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고, 정운찬 전 장관 개인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고소를 받은 검찰은 긴급체포를 하는 강수를 두었다.

2009년 한국사회는 새로운 언론탄압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우려가 기우가 되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언론탄압 진단 토론회 장면. '한국의 언론탄압' 저자 김주언 본지 편집인이 발언하고 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우려가 있어 보도했더니 자동차회사 사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아니, 법률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법조문을 살피는 것은 차치하고 처음 이 사건을 맡은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명예훼손 성립은 어렵다”며 사표를 냈고, 학계에서 조차 “검토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PD수첩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난 것과 다름없는 마당에 정부는 대체 무얼 노리고 있는 걸까?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이건 언론 통제를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니여”란다.

권력에 대한 눈치를 보게 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는 공포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바로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다.

자기검열의 공포효과

한국 언론운동의 산 증인인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의 저서 <한국의 언론통제>(김주언, 리북)는 독일의 나치정권 괴벨스의 망령을 소개하며 2009년 한국에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모습을 비춘다.
“대중은 거짓말을 듣고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거짓말을 되풀이 하면 결국 믿게 된다.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

언론통제 이론과 함께 군사정권시절의 보도지침부터 이명박 정부의 언론 압박까지 구체적인 실상을 들어 정부의 언론통제를 다룬 이 책에서 저자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수순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간파한다.

공포심을 조장해 언론의 자기검열을 부추기는 것이 언론통제의 전주곡이라면 통제의 핵심으로 저자는 언론악법을 들고 있다.

“진짜 겁나는 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는 사이버모욕죄 신설과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감청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그리고 언론 사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을 설치류로 부르는 건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또한 대기업과 족벌언론들의 방송진입을 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도와 지상파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한 케이블과 위성은 겸영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겸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현실 왜곡이며, 미디어 산업을 위한 수익성 제고와 고용창출의 주장 역시 보도 자체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주장은 결국 미디어 통제를 노린 정치적 의도”라고 말한다.

속편 나오는거 아냐?

겉보기엔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한 한국에서 질곡의 언론운동을 한 저자가 언론투쟁의 명분을 갖고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책을 낼 정도로 우리 정치권력이 괴벨스의 망령을 지우지 못하는 것에 기가 막히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바로 저자의 ‘언론통제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길 염원하며’라는 부제다.

지금의 상황대로라면 아마도 속편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최윤도 두리미디어 홍보팀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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