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물 처분 공론화 회피하는 산자부

핵재처리까지 진행 의혹 이헌석l승인2007.07.16 15:5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시민사회 큰 저항 올 것”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

지난달 20일 산업자원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입법예고했다. 20여년동안의 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사회 혼란과 불법·논란 속에서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가 진행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방사성폐기물의 처분과 관리에 대한 정책은 일원화되지 않았고, 계획 또한 명확하지 않았다.

방사성폐기물을 누가 전담해서 관리할 것인가? 사용후 핵연료는 폐기처분할 것인가? 아니면 재처리할 것인가? 그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누가, 어떻게 공론화의 장으로 끌고 나올 것인가? 많은 논란 지점이 있지만 현행 법률상 중저준위방폐물은 산자부가, 고준위방폐물(사용후 핵연료)는 과학기술부와 산자부가 협의하도록 되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핵발전소 등 발전설비에 대한 것은 국무총리 주관의 원자력위원회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통합관리법 필요성 인정

따라서 방사성폐기물관리법과 같은 통합적인 법률·제도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최근 몇 년 사이 3명의 국회의원이 입법을 추진하고 감사원에서도 감사결과를 낼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출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형식상으로는 기존 문제의식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으나 실제는 오히려 방폐물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첫째, 현재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태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해 가면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해 논의를 수차례 진행하고 있음에도 산자부는 장관 직속의 ‘방폐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곳에서 폐기장의 부지선정, 사회적 공론화 방안까지 모두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산자부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2008년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임시저장방식을 정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될 뿐더러 항상 핵 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이해당사자 역할을 해 온 산자부가 이제는 공론화를 추진하여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환경단체에서 2008년 시한을 두고 공론화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입법예고의 내용은 과거 산자부의 입법보다도 더욱 후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용후 재처리 논의 ‘무리수’

둘째,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산업자원부는 핵재처리에 대해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입법예고의 내용 중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의 정의 관련 항목에 저장·처분 이외에 재활용을 넣음으로써 사실상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한반도비핵화선언 및 한미원자력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이라 그동안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온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최근 과학기술부와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재처리 주장과 핵 비확산성 재처리와 같은 변형된 재처리 연구방식 논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산업자원부와의 조율 속에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핵재처리 문제는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를 방폐물 관리와 함께 일괄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뿐더러 앞으로 시민사회의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셋째, 방폐물의 처분 비용은 철저히 발생자부담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방폐물기본법을 통해 방폐물관리기금이 마련되는 것으로 입법예고는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핵발전소 사후처리비용은 한수원의 회계장부상에만 존재하는 금액으로 실제 사용할 재정이 없다는 비판을 시민환경단체는 물론 감사원으로부터도 지적받은 바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방폐물관리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재정을 다른 용도로 활용해온 한수원의 입장을 반영, 기금의 출자를 10년간 유예한다거나 정부의 기금 출자를 가능케하는 대목은 납득되지 않는 측면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핵발전의 경제성을 강조하면서도 사후처리비용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방폐물 처분을 하는 것은 적절치도 않을뿐더러 그동안 정부와 한수원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방폐물 관리기금은 유예기간 없이 전체 금액이 마련되어야하며, 앞으로 추가비용 등이 발생할 경우 그 금액은 모두 발생자부담원칙에 따라 한수원이 부담토록 해야 할 것이다.

특유의 추진력이 능사 아니다

산자부는 이번 입법예고를 통해 과거 시민환경단체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의 실상을 하나씩 살펴보면 형식만 갖추었을 뿐 주요 내용은 오히려 시민환경단체의 주장을 거스르고 있다. 사회적 공론화와 국가정책수립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준위폐기물 문제를 비롯한 방사성폐기물 전반에 대한 계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난제를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면 방폐장 문제를 둘러싼 20여년의 혼란을 다시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산자부는 이제라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해 열린 자세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비롯한 기존 논의 틀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

이헌석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헌석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