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운동가 이 대통령?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5.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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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훌륭한 임금은 무리하지 않고, 소리 내지 않고, 정치를 실천하는 임금이다. 백성은 임금이 있는 줄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다음 가는 임금은 백성을 교화하고 인의로써 다스리는 임금이다. 백성은 임금을 가까이하면서 칭송한다/그 다음 가는 임금은 형벌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이다. 백성은 임금을 두려워만 한다/가장 나쁜 임금은 권모술수를 써서 백성을 우롱하고 속이는 임금이다. 임금에게는 신의가 없으므로 백성은 임금을 불신하게 된다.”

지난 7일 열린 경인운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지관 스님은 ‘노자편 17’을 인용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 지관 스님과 황상근 신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인운하 기공식은 한반도 대재앙의 전주곡이며 정부는 도둑 삽질을 당장 중단하고 경인운하 타당성 검증이라도 제대로 할 것”을 강조했다.

"경인운하 도둑삽질 당장 중단을"

이명박 정부는 이보다 하루 전인 6일 경인운하 ‘도둑 기공식’을 가졌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에 집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몰래 삽질을 시작했다. 이번 도둑 기공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민심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떳떳한 사업이었다면 기공식을 몰래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경인운하 경과보고회는 실제로 도둑 기공식에 다름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국토부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등 45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기공을 축하하는 세리머니 위주였다.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로, 경인운하는 ‘경인 아라뱃길’로 이름을 바꿔 정체를 숨겼다. 이제는 기공식마저 경과보고회로 변경해 국민 혈세 2조2천5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국민 몰래 시작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인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은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부여 농민은 상경투쟁을 벌였고 부산 시민은 낙동강 살리기 비상 시민선언을 발표했다. 또 광주 시민은 4대강 정비사업 설명회에 대해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은 “경인운하, 사실상 운하사업인 4대강 정비사업이야 말로 국민의 분노, 환경의 역습을 불러올 역사적 과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적 과오를 범치 말기를”촉구했다.

"역사적 과오 범치 말기를"

‘운하 백지화를 위한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도 “경인운하 및 4대강 정비사업은 국토 재창조가 아닌 창조질서의 파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행동은 “4대강 정비사업의 내용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해 금수강산을 파헤치고 아름다운 창조물인 한반도를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민족의 생명줄을 파괴할 뿐이며 만약 이를 멈추지 않으면 하늘의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운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다.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경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운하를 이용하려면 바지선으로 갑문을 다섯개 통과해야 한다. 바지선과 트럭에 각각 싣고 내리는 물류방식으론 도저히 경제성을 맞출 수 없다. 트럭으로 30분 거리를 4시간이나 헤매야 한다. 그래선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텐진을 잇는 관광 여객선을 띄우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정부는 경인운하 관련지역의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경인운하에는 물류도 관광도 뉴딜도 녹색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없다”고 단언했다. 오직 건설자본과 투기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인 셈이다.

'속도전'을 중시하는 대통령

이명박 정부는 ‘속도전’을 중시한다. 반대자와 피해자가 많지만, 경찰을 동원하면 그만이다. 제2의 용산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죽은 자만 서러울 뿐이다. 방송을 동원해서 그들을 ‘좌파’로 몰아가면 그만이다. 환경운동가들을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릴지도 모르겠다. 반대파들을 ‘빨갱이’로 낙인찍었던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 시절로 역주행하고 있다고나 할까.

21세기는 흔히 생태시대로 불린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자연 친화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열병을 앓고 있는 지구를 되살려 후세에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이것이야 말로 인류를 절망의 나락에서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도 삽질 경제를 녹색 성장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아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이후 ‘녹색운동가가 되는 것이 장래의 희망’이라고 어린이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시멘트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녹색운동은 아니다. 생태계를 보존하며 자연친화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녹색 성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서 인용한 ‘노자 17편’의 마지막 구절을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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