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대학생을 ‘낚는’ 방법

[시민운동 2.0] 최융선l승인2009.05.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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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C 회원인 지수(가명)는 여성들 중에는 드물게 토목공학과 학생이다. 적성에 맞아서 택했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인문계열은 아니고 이왕이면 취직이 잘 될 것 같은 토목공학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졸업하면 두바이로 가서 일을 하고 싶단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두바이에서 하게 되면 연봉은 2배 정도라는 소릴 들었기 때문이다.

“토목에 의한 토목을 위한 대통령이 계신데, 네가 굳이 무리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냐?”

어중간하게 취직해서 등록금 대출 갚아가면서 미래를 계획하기엔 견적이 안 나온단다. 두바이를 가는 것도 학점 이상의 ‘스펙’이 필요한지라 호주의 딸기농장 경력이라도 한 줄 더 써넣기 위해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갈 맘도 있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며 대통령이 미국 가서 가져온 선물보따리에 기대가 있었다. 헌데 보따리를 풀어보니 선물이 아니더라. 딱히 취업에 유리하지도 않은 일거리에 비자비용과 기타 수수료만 따져도 등록금 이상이라서 포기 했다.

그래서 그나마 적은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위해 지금은 학교를 휴학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했다.

“여름방학 때는 시민단체에서 인턴활동 하겠다면서?”

“…돈 많이 벌어서 회비도 많이 내고 여유 생기면 활동도 열심히 할게요.”

“30대 사는 현실 좀 봐라.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마찬가지다.”

“….”

스펙이 살길이다?

대학교에 KYC의 포스터를 붙이러 가거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 카페에 가면 언제나 그들이 있다.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서 대학생을 위한 강좌와 연수프로그램 홍보하고, 게시판을 도배할 정도로 양도 많고 화려하다.

그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 좀 헷갈리기는 한다. 우리나라에 사형제도가 있건 말건 신경 쓸 일 아니지만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에는 무진장 관심이 많고, 노벨상 수상자의 경고에는 삿대질 하는 칼럼을 쓰고, 청년들의 꿈을 소중히 여기지만 경영효율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비율은 늘리는 것이 당연하단다.

물론 대학생들도 녹색성장이라고 이름만 갖다 붙인다고 일자리가 생기거나, 다시 삼한사온의 겨울이 오지는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들의 말본새와 위치를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떨어질 콩고물이 많아 보인다. KYC의 강좌를 듣는 것 보다는 그들의 강좌를 택하는 것이 대세에 따라 줄을 잘 서는 것 같고, 시민사회단체 인턴 참여 하는 것 보다는 경제단체 연수프로그램 수료경력이 취업에 유리할 것 같으니 당연히 학생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변화를 상상케 하라

“저기 따라서 베트남 연수 갔다 오면 취직이 잘 될 것 같으냐? 글로벌 시장개척?”

“아무래도 유리하겠죠. 기회만 되면 좋잖아요.”

“현지화가 성공의 열쇠라면서, 우르르 넘어가서 뭘 어쩌자고? 한국말 잘하는 베트남 인재는 없겠냐?”

“하긴 내가 CEO라도 임금 싼 베트남 사람 뽑겠네요.”

한쪽에는 그들과 다른 강좌를 소개하는 대자보도 보인다. ‘MB퇴진을 위한~’, ‘'신자유주의를 종식을 위한~’ 등등.

“나는 저런 거 들으면 재미없던데?”

“저도 저런 강좌는 왠지 가기 싫어요.”

“그렇지. MB랑 상관없이 등록금이랑 집값은 장난 아니게 올랐잖아.”

“…그렇기는 한데 우리가 별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아, 그러니깐 니들이 변화를 위한 상상을 하라는 거잖아! 어서 포스터나 붙이자.”

“….”


최융선 한국청년연합(KYC) 활동가

최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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