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책권하는 사회] 최윤도l승인2009.05.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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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담론은 지금 유효
진정한 변화는 미래지향적인 이타심의 발현


방현석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

요즘 들어 신문 보는 일이 고역이 되어 버렸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신문을 펼쳐들면 온갖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도저히 아침에 할 짓이 아니란 생각까지 든다.

산에 오르면 불법 시위자가 되고, 만장을 들고 나가면 죽창을 든 폭력참가자로, 오체투지 순례는 미신고 집회로 둔갑한다. 단 한곳뿐인 어린이집이 폐쇄되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엄마들의 비명과 최저임금을 시급 1천원만 올려줘도 행복하다는 여성 근로자의 외침, 그리고 8명 중 1명으로 표시되는 빈곤 아동들의 소리 없는 울음들에 귀 기울여야 할 정부는 책상 위에 먼지를 쓸듯 그들의 목소리를 왼편으로 스윽 밀어버린다. 항상 아침은 의도된 망각의 힘이 아니라면 아득한 현기증과 함께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아침신문 보기가 괴롭다

신념과 양심은 그 자체의 자율성과 가치로 평가되어야 하는데도 그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 바깥에 존재하는가에 따라 이분하게 만드는 현실은 방현석의 소설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방현석, 창비, 2003)을 오버랩 시킨다.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저자가 내놓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 혹은 담론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소설집의 세 번째 작품인 <겨우살이>는 개인의 양심과 신념의 한계가 드러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더라도 교칙에 규정된 제한 성적을 충족하지 못하는 반장은 교칙 위반이고, 이 교칙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학교 측에 되묻는 전교조 복직교사는, 누이의 교통사고 가해자가 인간적인 책임은 도외시하고 법대로만 처리하려 드는 행태에 분노한다.

진정성과 신념을 지키면서 살아가더라도 기득권의 잣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법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고, 메마른 인륜도 법의 보호 아래에 있다면 무탈한 지금의 현실은 마치 우리에게 불법을 부추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기력한 개인과 사회

과거의 패배감과 상실에 묶여 무기력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상처를 준 자와 받은 자의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 표제작 <랍스터를 먹는 시간>은, 진정한 변화는 결국 미래지향적인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죽은 형에 대한 부채감을 늘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건석은 베트남 혁명전사인 팜 반 꾹에게 ‘지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파병을 했지만 한국인들은 베트남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팜 반 꾹은 건석을 향해, 아니 우리를 향해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래서 이라크 인민은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한국을 이해해줘야 하나,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무 편한 논리라고 생각하지 않나? 나중에 이라크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네.”

과거를 답습한다는 것은

함께 있더라도 법과 이데올로기의 멍에를 쓰게 되는 건 어쩌면 개인일지 모른다. 한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너무 가혹한 이 멍에는 과거를 답습하는 한 벗을 수 없고, 과거를 답습한다는 건 법과 이데올로기의 멍에를 지고 주저앉아 그저 과거를 원망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일일 뿐이다. 다행히 전교조는 이러한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일 ‘한겨레’와의 방담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전교조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어놓은 팜 반 꾹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전쟁으로 파괴된 세대가 스스로를 바꾸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 몰라. 절망은 당신과 같은 다음 세대가 지난 세대를 답습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최윤도 두리미디어 홍보팀 과장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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