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21조가 위협받고 있다.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21조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유린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노동계의 파업 등 도심에서 집회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정부는 도심 대규모 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법행위는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키로 했다. 나아가 현장검거에 실패할 경우 철저한 체증을 통해 사후 검거에 처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고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파업과 폭력시위에 대해선 국법질서 확립 차원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경찰청 내부 문건도 도를 넘었다. 지난달 작성된 ‘2009년 집회시위 관리지침’이라는 제목의 경찰청 내부 문건에는 그동안 방어적 질서유지 태세에서 불법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집회는 신고 단계부터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꿨다. 또 금지된 집회가 강행되면 사전에 충분한 병력으로 예상 장소를 선점해 집회를 무산시킨다는 방침도 정했다. 집회 장소와 진입로 등에 강도 높은 검문검색을 실시해 불법시위를 막는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 스스로가 헌법을 정면 위배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시민적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국가정책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공동의 의사표현을 통해 개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막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더욱이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 뜻대로 집회 시위의 자유는 제압하고 무력화 할 대상이 아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뿐만 아니라 기자회견까지 사실상 원천봉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거부한다는 인상이다.

경찰이 공공질서 위협을 명목으로 집회 시위를 금지한 것은 지난 4월 말까지 모두 28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1년 동안 31건에 근접하고 있다. 이달초 국정원과 경철청이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시민사회를 향한 신공안정국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군부독재시절부터 줄곧 남과 북은 물론 해외를 망라해 민족 구성원간 화해와 단합을 이끌어 민족통일을 위해 활동해온 통일운동단체다. 활동원칙 또한 남북 당국자들조차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정상들이 합의한 6.15공동선언 및 10.4 선언에 기초하고 있다. 현 정권이 이러한 통일운동을 시대착오적 논리와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탄압한 것은 민족통일운동을 부정하는 행위다. 이와함께 ‘촛불 1주년’에서 보여준 경찰의 대응도 심각한 문제였다. 지난 2일 경찰은 집회 예정지에 시민 출입을 막았고 이날 하루에만 112명을 연행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집회를 막는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협박하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은 오히려 협박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지 못하게 한 집시법 제 3조를 위반한 조치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귀중한 소통 통로이며 정치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막는 것은 위헌인 만큼 정부의 도심 집회 금지 방침에 헌법 소원을 낼 것”이라는 ‘민주주의수호, 공안탄압 저지를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가 그래서 더 정당성을 말해준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전면적인 ‘불복종 운동’을 불러오게 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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