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내겐 약간의 우파 끼가 있어 다른 진보적 가치관을 가진 동지들과 다르게 이라크 파병을 피치 못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세계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인 즉 전쟁엔 반대하지만 후세인의 폭정도 용납할 수 없었고, 세계화는 후진국의 빈곤 해결의 원동력과 인권을 성숙시키기도 계기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오. 더불어 인류사를 통틀어 세계화의 시대가 아닌 적이 없었기도 하고요.
이는 진보적 빈민구제단체인 옥스팜도 일부 인정했고요. “국제무역은 왕왕 가난한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비친다. 그로 말미암아 창출되는 인간 발전과 빈곤 퇴치의 기회는 무시되기 일쑤다. 그런 기회는 무역 증대에 따라 자동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정책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들이 공정한 조건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될 때 무역은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옥스팜, 2002. ‘부당한 규칙과 이중 기준: 무역, 세계화, 그리고 빈곤퇴치 투쟁’)
그리고 우리나라도 아름다운가게를 중심으로 공정무역을 하자고 캠페인과 실천을 하고 있지 않은가요.
물론 지역경제의 붕과 및 불균형에 의한 양극화의 심화, 서브프라임 사태 등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그래서 임기 말에 그대가 했던 정책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국가원수로서 결단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던 그 평가들에 대해 공감도 했다오.
오판도 하고 실수도 하며 실패도 하는 게 사람인지라 모든 선택과 결정이 다 옳을 수 없으니. 벗도 나도, 살아 있을 때 벗이 종종 그랬고, 지금의 내가 종종 그러듯이….
그러나 당신에 대한 세간의 비난은 도를 넘었습니다. 비주류였던 당신을 잘나고 많이 배운 이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인정할 수 없었겠지. 고졸이자, 비기독교신자였고 서울에서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고 부산에서 활동을 한 당신을 어찌 우리사회의 좌우 주류가 인정할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은 태생적 비주류이자 경계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좌우의 힐난과 공격을 받았습니다. 당신을 그렇게 비난했던 그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정권교체 뒤 말을 싹 바꾼 것을 보면서, 당시 당신에게 했던 비판이 그저 힐난이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좌우파의 정객과 논객들은 정책, 가치, 철학 등을 운운하며 아마추어였다, 미숙하다며 씹어댔지만 그들의 마음속엔 그들보다 못 배운 당신 밑에서 기어야 하는 질투심이 공격 본능으로 작동하게 했다고 봅니다.
편히 영면(永眠)하십시오. 속세의 모든 회한 다 털어버리고 편히 가십시오. 생사일여(生死一如), 당신께서도 유언에 남겼듯이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노무현 당신의 치열한 진정성만큼은 다 압니다. 우리 모두가. 혹 못난 놈들이 이러쿵저러쿵 그대를 씹더라도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세상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그런 놈들이 있고, 임을 추모하는 국민이 더 많으니 말입니다.
편히 가십시오. 내 마음 속 대통령이여, 내 마음 속 벗이여!
이주원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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