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종말은 없다

[책권하는 사회] 최윤도l승인2009.06.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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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 희망의 감성
혼란의 현 시대, 인문서가 다시 뜬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 이른바 ‘문사철’이라 불리는 인문학이 실용학문에 밀려 고사 직전에 내몰리자 학계에서부터 나온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인문학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학문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자기실현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이 시장과 경쟁 그리고 물질주의 때문에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지요.

출판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소비 행태, 특히 책의 구매성향을 들여다보면 한 나라의 현실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지요.

책 구매를 보면 현실을 안다

이제까지는 자기계발서나 처세 또는 재테크와 관련한 이른바 실용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도서구매의 편중은 자본주의적 가치에 완전히 잠식된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증가하는 실업률과 무한경쟁 속에 사회는 분열되어 가고, 사람들의 감성도 점점 메말라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실용도서들만 팔리는 건 아닙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 에세이들이 실용도서들의 틈에 꼭 포진해있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릴 수는 없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에게 심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주고 다시 용기를 내기 위함일까요?

치열한 생존경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어머니의 손길. 날카롭고 섬뜩하기까지 한 실용서적들 사이에 있는 몇 안 되는 인문도서들을 보면 드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출판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실용도서들이 채우고 있던 부동의 자리를 인문도서들이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마치 삭막한 무한경쟁의 사막에서 사람냄새가 그리워 그동안 꾹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도서들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상고 출신으로 고시에 합격한 이야기, 선망 받는 변호사 생활을 뒤로하고 약자들의 편에 선 모습과 정치인의 길을 걷기까지.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는 우리와 똑같은 아버지, 남편으로서 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끝까지 원칙과 정의를 지키려고 했던 정치인의 고민이 엮여 있습니다.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돌베개),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지식공작소) 등의 노무현 읽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과 그의 삶을 지탱했던 철학과 가치를 우리의 삶 속에서 찾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돌베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과는 별개로 한 발 더 나아가 법치를 말하면서도 반(反)법치적 행태를 일삼는 현 정권을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보여주는 이 책은 감성에 휩쓸려 자칫 길을 잃기 쉬운 사람의 안내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 등을 다룬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가 상위에 있는 것도 지금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개인은 똑똑하나 군중은 어리석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한 시각보다 감성에 치우쳐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시간이 흐르면 쉽게 망각하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몇 가지 전율이 느껴지는 모습들이 있어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여린 여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드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찰 그리고 상상력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벌써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한, 그들의 눈빛이 말해줍니다. 연민과 감성에서 시작한 노무현 읽기는 관심의 영역으로 옮겨가 민주주의에 대한 단상으로, 이 관심은 다시 참여로 옮아가고 다시 성찰 그리고 상상력이 되기까지.













이제 인문학은 다시금 그 빛나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인문학적 가치를 토대로 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만 같은 지극히 감성적인 희망을 감출 수 없습니다.

최윤도 두리미디어 홍보팀 과장

최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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