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열어라

[시민운동 2.0] 이재근l승인2009.06.15 13:0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서울시청 앞 광장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상징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중심지였고, 작년에는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로 광장이 가득 찼었다. 역사의 굽이굽이 시민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곳이 바로 서울광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광장이 다시 닫히고 있다. 서울광장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문화행사 이외에는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문화행사에 대해서도 그 주최자를 자의적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에 대해서는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도 행정안전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사용허가를 주저했었다. 노동자들이나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집회를 하겠다는 사용신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로인해 서울 광장은 단지 서울시가 진행하는 축제나 문화행사만 진행되는 일개 시설로 전락했으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 가능한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광화문광장 역시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은 불가능하다. 시민들은 광장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자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렸다.

경찰은 더 나아가 경찰버스로 지난달 23일부터 서울광장과 청계천광장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출입과 통행은 금지했다. 추모제는 물론 어떠한 집회도 불가능하게 완전 봉쇄해 버린 것이다. 서울광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인 29일 잠깐 열렸다가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4일에야 마지못해 개방되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광장은 다시 봉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경찰청장은 집회의 목적이나 주최단체에 따라 다시 광장을 봉쇄 할 수 있다는 지극히 자의적인 기준을 다시 한 번 언급한 바 있다.

경찰의 광장 봉쇄행위는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가지지 못한 공권력 남용이다. 불법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추측과 예단만으로 서울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대규모 광장을 모두 원천봉쇄하는 것은 최소한의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

경찰은 광장봉쇄의 근거로 집시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거론하나 법률의 어떤 조항에도 그와 같은 행위를 정당화시켜줄 근거는 없다. 경찰의 광장 봉쇄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맘대로 열고 닫는 광장은 광장이 아니다. 왜 광장 사용을 서울시와 경찰이 허가받아야 하는가? 광장의 주인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온 이 땅 시민들이다. 경찰과 서울시가 광장을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지만 이제 시민들이 나서 서울시와 경찰이 가져가버린 광장의 권리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

참여연대는 서울시가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부정한 헌법을 무시하고 만든 광장사용조례에 대한 개정운동을 시작한다. 누구라도 자유롭게 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화행사 등으로 한정된 사용목적을 헌법에 보장된 확대하고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꿀 것이다. 또한 광장 사용자의 성별이나 장애 정치적 이념, 종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시민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이 광장 사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광장사용조례를 바꾸기 위해 시민 스스로 조례를 만들고 청원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경찰의 불법적인 광장봉쇄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법률적 대응도 민변과 함께 진행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시민추모위원회의 추모행사를 방해하고, 행사차량을 감금한 경찰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서울광장 원천봉쇄행위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원고를 모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광장은 열려있을 때 광장이라 부를 수 있다. 이제 광장의 주인인 시민이 나서 광장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이것은 단지 광장을 개방하는 운동이 아니다. 광장을 다시 찾아오는 것은 거꾸로 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첫 걸음이 될 것임을 믿는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이재근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재근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