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생명 앗아간 '새만금 단두대'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 1년, 죽음의 바다 전주곡 이향미l승인2007.05.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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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지키기 위한 성찰과 전진 필요

지난해 4월 새만금 방조제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난다. 얼마뒤 허연 소금기로 가득찬 갯벌과 죽어나간 백합들이 널겨 있는 사진은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자”며 온갖 핑크빛 미래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는 다르다. 끝물막이 공사후 1년. 새만금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외측 모두 죽음의 바다로

부안과 군산을 잇는 새만금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람모퉁이’. 변산반도로 가는 해안도로에 위치한 바람모퉁이는 해창 갯벌로 휘어돌아가는 모퉁이쪽이 어찌나 바람이 세찼던지 오래전부터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 이름이다. 조선시대 왜구들의 침입이 잦아 밤에 불침번을 서던 곳이라 해서 ‘야방모퉁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메말라 버린 김제 거전갯벌

바람모퉁이에서 내려다 본 새만금 갯벌은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밀물때는 파도가 넘실대고, 썰물때는 파도가 쓸려나가가던 광경 말이다. 물이 차올라야 할 시간임에도 갯벌은 허연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

만경강, 동진강이 흘러들어 갯벌이 형성된 새만금 갯벌은 33km의 방조제로 인해 바다와 강물이 더 이상 만나지 못해 죽음의 땅이 됐다. 변산에서 만난 현지 환경활동가인 주용기 새만금 생명평화전북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방조제 내측뿐 아니라 외측에도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어민들의 생계 또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방조제 안쪽의 경우 수량과 유속이 줄면서 갈쿠리와 그레를 이용해 조개를 캐는 맨손어업은 거의 끝난 상태다. 방조제 안쪽의 뻘이 썩어 들어가는 동시에, 방조제에 갖혀있던 오염된 물이 방출되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격포에서 선박어업을 하는 김명철(56) 씨는 “가력 배수 갑문을 열었더니 썩은 뻘이 나와서 소라껍질 속에 있던 주꾸미가 모두 죽었다. 이로 인해 올봄에는 주꾸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방조제 바깥에는 퇴적현상이 일어나 유속이 느려지고, 조류의 방향이 바뀌어 전통적인 어업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위도 주민 서대석(52) 씨의 증언은, 새만금 방조제에서 수십킬로 떨어진 위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배수갑문 개방시간을 예고치 않아 조류를 예측할 수 없어서 어민들이 많이 어려워하고 있다. 어획량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선주들 중에는 빚에 견디다 못해 20여척을 경매처분했다.”

생태계 연결고리 끊어질 위기

기자는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거전갯벌로 발길을 옮겼다. 소금기가 가득한 갯벌에는 말라붙은 비단고동들이 곳곳에 드러나있고, 칠면초나 나문재 같은 염생식물만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예전에 갯벌에 들어가면 발목까지 푹푹 빠져들고 수없이 많은 게구멍들로 생명이 다치진 않을까 발둘 곳이 없었다. 이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뻘은 굳어 있다.

함께 온 주용기 씨는 “갯벌의 면적이 현격히 줄었을 뿐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마디로 설명했다. 우리나라 백합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새만금 갯벌에는 이제 더 이상 조개나 게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강물과 바닷물이 뒤섞여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했던 모래갯벌이었다. 하지만 50센티 이상 땅을 파봐도 갯지렁이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말라죽은 백합이 온 갯벌을 뒤덮고 있었는데, 농어촌공사에서는 어민들을 시켜 거둬내는 작업을 몇 차례나 했어요.” 주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메마른 갯벌에 죽어 있는 방게

김제 거전 갯벌에 떼지어 죽어있는 서해 비단고동.

힘들게 먹이를 찾고 있는 큰 뒷부리도요 두 마리(큰 새)와 민물도요(작은 새).

거전 갯벌 깊숙이 들어가자 민물도요, 큰뒷부리도요 등 도요새들이 이리저리 바쁜 몸짓으로 부리질을 하고 있다. 김경원 환경운동연합 습지해양팀장이 필드스코프(철새 탐조용 망원경)를 설치해 새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걱정한다. “도요새들이 먹이가 부족해 움직임이 둔하다. 과연 이 새들이 내년에도 새만금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만금은 지구상의 철새들에게 주유소와 같은 곳이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새들이 새만금에서 쉬었다가 에너지를 충전해 알레스카까지 날아간다. 거대한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질 판이다.

농어촌공사의 작태, 어민갈등 유발

이날 저녁 계화면 계화리 살금갯벌. 백합을 잡으러 나갔던 아낙들을 태운 경운기 소리는 오간데 없고 ‘침묵’에 잠겼다. 뭍으로 변한 갯벌 초입에는 농어촌공사에서 시험재배한 보리가 싹을 틔웠다.
유창수 새만금사업단 지역사회지원팀 차장은 “실제로는 보리가 잘 안자란다. 시험재배한 것이다. 갯벌이 말라가면서 소금기나 비산먼지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었다”고 말했다. 거전갯벌에 심어놓은 염생식물과 마찬가지로 보리 역시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주용기 위원장은 “백합수거와 염생식물 파종에 어민들을 동원해 일당을 주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천의 갯벌지킴이 여길욱 서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늘 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하며 “2.7km 구간이 남았을 때 생태계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불과 몇 달 만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당시 학자나 시민단체, 언론도 새만금의 대안을 끄집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변산반도에서 뻗어나간 새만금 1호방조제 외곽에 있는 ‘새만금 전시관’으로 관광객들을 실은 버스가 들어선다. 전시관 밖에는 ‘환경친화적인 새만금 개발’이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커다란 환경변화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간척지 내부 이용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발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다. 전북도가 지난 3월 13일 새만금의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 특별법을 제출한 것이다. 김원기 의원의 대표 발의하에 172명의 국회의원 서명으로 발의된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안’은 방조제 내부개발사업의 입안권을 농림부로부터 이관받고,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부처들 조차 일반법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내부개발 사업을 굳이 특별법으로 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만금특별법에 대해 생태지평 소장을 맡고 있는 전승수 목포대 교수는 “특별법 제정으로 지자체가 새만금을 관리하겠다면, 피해보상도 전북도가 책임져야 하지만 그런 내용도 없이 권리만 갖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특별법이 되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연안관리법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새만금의 가치를 다각도로 보지 않고 오직 정치적 판단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개했다.

새만금 삼보일배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문규현 신부는 “시화호가 이미 말했듯이 새만금의 폐해도 드러나고 있다”면서 “도민들의 기대를 완전히 바꿀 수 없으니 내놓은 것인데, 허상이 벗겨지면 도민에게 주는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창 갯벌의 장승과 솟대

변산에서 부안으로 나오는 길에 새만금의 성지라 불리는 해창 갯벌에 들렀다. 물이 빠진지 오랜 해창 갯벌에는 육상식물인 유채꽃 군락이 자리를 대신했다. 곳곳엔 쓰레기가 난무하다.

갯벌에 살던 백합이나 고동같은 조개나 게, 갯지렁이 등 수많은 생명체들이 이미 떼죽음을 당했다. 도요새나 물떼새 같은 새만금을 찾아든 철새들도 먹잇감이 줄자 새만금을 떠나고 있다. 어패류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어민들은 몇 달째 일손을 놓고 시름에 젖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자 메마른 해창 갯벌에 우두커니 서있는 장승과 솟대들.

새만금 갯벌에 바다가 들고 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생명은 깃들지 않을 것이다. 성난 모습으로 서있는 장승과 솟대가 마치 불호령을 내릴 것만 같다. 세계 최대의 갯벌매립 국책사업이 세계 최대의 '단두대'로 변하고 있다.

어민들, 보상 후회… 주민갈등 심화
환경운동가, "어민책임 아니다, 생계대책 시급"


새만금 연안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포기한 대가로 손에 쥔 돈은 고작 700만원(평균)이다. 지난 1999년 1차 보상 때 계화도의 경우 1등급은 800만원, 2등급은 650만원, 3등급은 250만원으로 나누어 받았는데, 1가구 당 2명으로 제한되었다. 배를 부리는 어선 어업의 경우도 평균 4천만원이 안된다. 배를 시세 대로 파는 값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다.

어민들은 요즘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계화도 돈지에서 맨손어업을 했던 어민 최모(59) 씨는 요즘 산불감시원으로 직업을 전환했다. 그는 갯벌에서 나온 수입이 월200만원은 족히 됐지만 산불감시원으로는 80만원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핵폐기장은 없앴는데 새만금은 못 막았어요. 지금이라도 텄으면 싶어요.” 그가 ‘폭폭한’ 생활을 한탄하며 하는 말이다.

새만금 근해에서 김양식을 하는 이근배(54) 씨도 가력 갑문 개방으로 썩은 물이 흘러든 데다 올 3월 초 갑작스런 너울파도로 인해 김발 4천망 정도가 파도에 휩쓸려 내려갔다. 그는 요즘 어민 10명정도와 함께 1호방조제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주꾸미를 팔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계화도 추귀례(51) 씨의 경우 일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고창 복분자밭으로 일당 3만원을 받고 김메기를 하러 다닌다. “4공구가 막히기전까지만 해도 하루 4시간 갯일해서 평균 7만원은 벌었는데, 지금은….”추씨가 말을 맺지 못한다.

일감이 없어지자 마음의 병도 들어간다. 이현숙(맨손어업 협회장) 씨는 “우울증으로 가슴이 답답해 병원에서 오늘 퇴원했어요. 젊은 층 중심으로 일부는 이미 외지로 떠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새만금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어민소득지원사업’은 어민들 갈등만 부추긴다. 새만금 연안어민 생계대책의 일환으로 공유수면 관리감시원, 폐사생물 처리, 염생식물 파종 등 총 8개사업에 총 46억원(06년 5억원, 07년 26억, 08년이후 14억)이 지원된다. 계화도 고은식(43) 씨는 “투입인원이 한정되다 보니 서로 하려는 통에 공동체가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을 꾸려 한달에 한번 생태계와 어민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김경원 환경연합 습지해양팀장은 “보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새만금을 지키지 못한 문제를 어민들에게 떠넘기는데, 그것으로 어민들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싸움을 해오면서 대표성있는 주민조직을 꾸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생계는 뒷전에 두고 ‘환경정의’만을 두고 싸워 오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만금 어민들을 만나러 온 장항갯벌지킴이 여길욱 국장은 “장항갯벌을 보존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새만금의 교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히면서 “어민사회는 서열을 지우면 어렵다. 어민들이 스스로 새만금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화도의 갯벌전시관 ‘그레’가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어민들은 그곳에서 한달에 한번 ‘달맞이 잔치’를 통해 집에서 속앓이만 할게 아니라 토로하는 자리를 만들어 한숨소리를 모아갈 계획이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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