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국선언’ 뜨끔한 곳은 어디?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6.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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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국회의원들이 탄핵을 요청했고, 이명박은 국민이 탄핵을 원했다.” “노무현의 정책은 정치권과 언론이 발목을 잡았지만, 이명박의 정책은 국민이 반대한다.”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 국민은 촛불을 들었고, 이명박을 탄핵시키기 위해 국민은 촛불을 들었다.” “노무현의 경찰은 ‘국민의 치안’이 우선이었고, 이명박의 경찰은 ‘국민 때려잡는’ 게 우선이다.”

오바마와 MB의 우이독경

지난해 촛불이 전국을 뒤덮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했던 촌철살인의 경귀들이다. 당시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이러한 경귀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이 대통령의 ‘우이독경’(牛耳讀經)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500만여명의 국민이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은 노무현 개인을 추모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국민은 그의 죽음에서 대한민국이 지난 10년 동안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죽음을 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좋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보통 국민처럼 비주류의 삶을 자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부패와 검찰개혁을 시도했으며 언론권력과도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지역균형 발전을 꾀했고 남북화해 협력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의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을 깨어 있게 하는 각성제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모습에 대비된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여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한국사회를 부자와 빈자로 찢어놓고 자신에 대해 비판하면 좌파로 몰아붙이며 편을 가른다. 치졸한 정치보복은 기본이다. 민주시민의 언로인 광장을 버스로 봉쇄하여 평화집회까지 막는다. 균형발전은 온데간데 없고 전 국토를 삽으로 파헤칠 궁리만 한다. 남북관계는 대결국면으로 치달아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고조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후 불기 시작한 시국선언은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의 당연한 목소리이다. 서울대 교수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나라 안팎으로 퍼져나간다. 전국 대학은 물론, 북미 대학의 교수들까지 나섰으며 대학 총학생회, 법조계와 여성계를 거쳐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3대 종단까지 합세했다. 보건의료인과 문인, 영화인의 시국선언도 있었다. 청소년들도 ‘배운 대로 행동한다’며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당국의 징계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교사 1만 6천여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시국선언 참가자는 3만명에 육박한다. 1987년 6.10시민항쟁의 시발점이 된 ‘호헌반대’ 시국선언을 능가한다.

"자비심 없고 포악한 왕이면..."

시국선언 참가자들의 요구사항은 한결같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용산참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평화로운 남북관계의 복원,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절대 다수 국민의 요구와 배치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에 대한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무리한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시국선언이 담고 있는 의미는 조계종 스님들의 시국선언에 나타난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비심이 없고 포악하면 왕이 권위를 잃고 나라에 도적이 들끓게 된다.” (증일아함경)

릴레이 시국선언에 대해 우파 인사들과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분단과 냉전시대를 연상케 할 만큼 시대착오적이다. 보수 진영은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데 이어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하라며 가스총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 시절의 백색테러를 연상시킨다.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근원적 처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대통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투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민심과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에 찌든 정치권,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치문화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의 사과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검찰 수사에 대해 사과할 내용이 없다”며 “사과한다는 것은 정치적 요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강하게 지지하는 보편적인 원칙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인터넷에서는 이를 ‘오바마 시국선언’으로 받아들여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대답한 말이다.

오바마의 즉석 대답

“내가 다시 말하고 싶고 어제도 말했던 것은, 평화 시위자들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볼 때, 평화적인 반대 시위가 억압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나든 그것은 내가 우려하는 바이고, 미국 국민이 우려하는 바라는 점이다. 그것은 정부가 그들의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상황을 거론한 것이지만 한국 상황을 빗대 말한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국민 여론을 무시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상황에 대해 직접 언급할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오바마의 시국선언’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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