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일보 지국 90곳 중 89곳이 신문고시를 어기고 ‘소비자 매수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지국 수도 많지만 위반 수준도 심각해 무료 구독은 4개월에서 1년, 무료구독과 동시에 경품지급, 나아가 경품 내용도 선풍기·청소기 등 현물에서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으로 바뀌는 실태가 확인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서울지역의 조선·중앙·동아(조중동)와 한겨레 등 4개 신문 120개 지국의 구독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르면 △동아의 경우 조사대상 30개 지국 중 3곳이 무가지 3개월, 14곳이 무가지 4개월 이상, 10곳이 무가지 4~12개월 및 경품 지급, 기타 3곳 등 30개 지국 모두 신문고시 위반 △조선의 경우 조사대상 30개 지국 중 11곳이 무가지 4개월 이상, 19곳이 무가지 4~12개월 및 경품 지급 등 30개 지국 모두 신문고시 위반 △중앙의 경우 조사대상 30개 지국 중 2곳이 무가지 3개월, 13곳이 무가지 4개월 이상, 12곳이 무가지 4~12개월 및 경품 지급, 기타 2곳 등 29개 지국이 신문고시 위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 위반 사례는 ‘직접 만나 경품 내용 상담 또는 다른 지국에서 주는 만큼 경품 제공’ 등이었다.
또 다른 조사대상 신문인 한겨레도 조사대상 30곳 중 9곳이 무가지 3개월, 3곳이 무가지 4개월 이상 등 12개 지국에서 신문고시를 위반했다. 비율로 따지면, 동아와 조선은 조사대상 지국의 100%, 중앙은 96.7%, 한겨레는 40%의 신문고시 위반 비율을 보였다. 특히 조선은 경품 공세라 할 만한 ‘무가지 4개월~12개월 및 경품’ 비율이 위반비율 중 63.3%(중앙 40.0%, 동아 33.3%)를 차지했다.
지난 17일 이를 공개한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 같은 현상은 많은 제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며 “한마디로 조중동은 ‘신문의 질’이 아니라 ‘경품의 양’으로 소비자 매수 경쟁을 벌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시장 불법경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불법경품으로 인한 신문시장 파행은 더욱 우려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불법경품 신고포상제가 시행된 직후 당시 신문고시 위반 실태를 보면, 서울·경기지역 조중동 300곳 지국에서 위반 비율은 5~7%에 머물렀지만 다음해인 2006년부터는 다시 조사대상 조중동 지국 중 대부분이 95~100%의 위반비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공정거래위가 조중동 눈치를 살피며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불법경품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었고, 한나라당 정권교체가 예상되던 참여정부 후반기에 다시 기승을 부렸다”며 “한나라당 정권이 탄생하면 신고포상제는 물론 신문고시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란 비뚤어진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의 반응을 내걸며 신문고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각계의 반발을 받은 바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결국 거센 반발에 ‘어떤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신문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주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며 “지난해 민언련 조사에서 조중동 지국의 경품 규모가 전년도인 2007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조사에선 이같은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 문화관광체육부가 ‘신문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현행 구독료의 80% 이상에서 5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며 “이럴 경우 무가지와 경품의 허용범위가 대폭 확대 돼 사실상 신문고시가 무력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신문고시가 폐지 또는 무력화 된다면 조중동의 소비자 매수 행위는 고삐가 풀리게 되고, 시장 질서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나아가 ‘금력’을 동원한 조중동 신문시장 장악과 이로 인한 여론독점은 더욱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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