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평화·생명 터전으로

[시민운동 2.0] 황호섭l승인2009.06.22 12:0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며칠 후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이다. 벌써 59년이 되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전쟁을 원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정말 북한이 전쟁을 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서운 말’이다.

한국전쟁은 남과 북의 민간인과 군인, 중국과 UN의 군인 중 6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 또는 실종되고, 수많은 주택과 시설이 파괴된 참혹한 전쟁이다. 특히 휴전선을 중심으로 DMZ 일대는 3년 1개월 동안의 전쟁 기간 중 휴전교섭이 시작된 1951년 7월 10일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까지 2년여 동안의 전투가 대부분 치러졌던 지역이기 때문에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지역으로 드넓은 산야가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이 쓰러져간 죽음의 지역이었다.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또하나의 관광단지?

56년이 지난 현재도 DMZ는 명칭은 비무장지역이지만 실제로는 중무장지역이다. 남과 북이 강력한 전투무기들을 경쟁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200만발 이상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각각 2㎞로 정했지만 북한과 남한이 각각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을 남과 북으로 이동시켜서 실제로는 남북 GP 초소간의 거리가 1㎞ 이내의 지역도 있다. 이렇듯 DMZ는 아직도 군사적 충돌, 철책선, 지뢰, 땅굴, 강력한 무기 등 삼엄한 대립과 경계가 지배하는 군사적 긴장지역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전쟁이 끝나고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세월동안 DMZ는 고통과 아픔의 역사를 보듬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신비로운 자연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악,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강과 하천, 광활한 습지, 멸종위기에 놓은 수많은 야생동식물, 막힘없는 자연하구를 품고서 한반도의 허리를 동서로 이어주는 생명의 공간이 되었다.

건봉산, 향로봉, 대암산, 대우산, 백석산, 백암산, 적근산으로 이어지는 1천m 이상의 높은 봉우리와 인북천, 북한강, 한탄강, 임진강 등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하천 및 석호, 용늪, 철원평야, 한강하구의 자연습지,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두루미, 독수리, 저어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 되었다.

이렇게 DMZ의 가치가 알려지고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면서 최근 남북관계가 매우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DMZ 일원에 대한 다양한 사업과 연구, 개발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의 DMZ생태평화공원타당성연구, 경기도의 DMZ 관광, DMZ일원평화생태공원조성사업, DMZ생물권보전지역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강원도의 DMZ 관광청 신설, DMZ 박물관과 DMZ평화생명동산 조성사업, 한국관광공사의 PLZ(Peace·Life Zone, 평화생명지대)사업 등 “DMZ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드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관광'에 너무 집착해선 안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관광 명소 만들기 사업’은 국내의 다른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예산만 쏟아 붓고, 시멘트 건물만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관광단지 만들기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

진정으로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고 싶다면 ‘관광’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눈앞의 경제적 이득에 급급해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DMZ에 접근해서는 안된다. DMZ의 가치가 생성되는 시간은 60년이 걸렸지만, 훼손은 단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DMZ 일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우선 DMZ 일원의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나아가 DMZ 일원 접경지역의 산업과 문화가 평화롭고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남과 북이 함께할 수 있는 큰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초기단계에서부터 협의하고 교육하면서 ‘DMZ평화생명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DMZ 일원은 ‘전쟁과 분단의 죽음의 지역’에서 남과 북,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평화와 생명의 터전’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황호섭 생태지평 연구원

황호섭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호섭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