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권력과 MB의 착각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6.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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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성이 어쩌다 졸지에 국가 전복의 음모를 가지고 국민을 선동한 대단한 반정부적 인사로 낙인찍혔을까요. 어쩌다 촛불집회 군중 뒤에서 음흉하게 키득거리는 마녀가 되었을까요. 부엉이 바위로 보내고 국민장을 치러야 한다는 저주를 받게 되었을까요.”(검찰이 이메일을 공개한 뒤 ‘PD수첩’ 김은희 작가의 글 중에서)

“만약 외국에서 ‘PD수첩’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경영진이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했을 것이다. 공영의 간판을 걸고 있는 방송이나 그렇지 않은 방송이나 아침이나 저녁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막장 드라마나 패륜을 보여주는데, 더 이상 어떻게 수준 낮은 방송을 할 수 있겠나.”(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발언 중에서)


검찰이 MBC TV의 ‘PD수첩’ 제작진 기소 및 작가 이메일 공개와 관련해 대비되는 글이다. 지극히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해 ‘마녀 사냥’에 나선 정치 검찰의 행태에 대한 피해 당사자의 글은 가슴을 찌른다. 반면 검찰의 기소를 계기로 ‘공영방송 죽이기’에 나선 이 대변인의 말은 MBC 경영진, 더 나아가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 더구나 여당 의원들까지 MBC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언론 관련법 처리를 위한 단독국회를 소집해 야권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어쩌다 졸지에 국가전복 음모.."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는 언론자유를 죽음으로 내모는 민주주의 파괴행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검찰이 스스로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PD수첩’을 기소할 수 없다며 담당 검사가 사표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사실까지 왜곡하며 기소를 강행했다.

더구나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적 인권조차 무시한 채 수천 건의 개인 이메일을 뒤져 기어코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을 끄집어냈다.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람들 대신에 제3자인 청와대가 나서 입에 거품을 문 것은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PD수첩’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수사가 기획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한 것에 다름아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위한 수순이다. 마지막 남은 MBC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총공세를 퍼부으면서 언론관련 법 개정을 위한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언론관련 법 개정으로 주류신문과 재벌에 방송을 허용하여 자신에 우호적인 언론(여론)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사이버 모욕죄 등을 도입하면 인터넷의비판적 여론을 봉쇄하고 ‘이명박 찬가’가 울려 퍼질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영구집권은 불을 보듯 훤하다.

과연 정부 여당의 의도대로 될까. 이명박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고 주류 보수신문이 도와주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 신문에게 방송이라는 선물을 안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더라도 오불관언이다. 더불어 신문고시를 폐지해 이들 신문이 신문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터주려 한다. 신문시장이 ‘정글의 법칙’에 의해 어지럽혀지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민주주의의 원칙인 ‘여론다원성’은 내팽개쳐도 그만이다.

실제로 이들 신문은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다. ‘부자감세 서민증세’나 ‘삽질 경제’ 등 개발독재 시대의 ‘강부자’ 위주 경제정책과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검찰의 사생활 공개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나무라기는커녕 개인 메일 내용을 1면 톱기사로 올리는 게 이들 신문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최고의 우군인 셈이다. 더구나 이들 신문의 여론 장악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비주류 비판언론이나 인터넷쯤은 비교도 안 된다.

권력화한 언론은 자신의 이익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착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권력화한 언론은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될 뿐 정권의 명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를 돌아보면 정답이 나온다. 김영삼 정부는 언론사에 특혜를 베풀어 언론을 회유하려 했다. 그러나 언론권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말기에 언론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 당선자 자격으로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 자택을 찾아 부부동반 만찬을 하며 승리를 자축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론권력과의 ‘상생’을 도모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더니 몇몇 (언론)사주들은 청와대로 찾아와 협박을 합디다. ‘권력이 센지 신문이 센지 어디 한번 해 볼테냐’라고 말입니다. 이때부터 기가 꺾인 겁니다. 언론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김영삼 정부 초기 청와대의 핵심지위에서 일했던 인사의 넋두리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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