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MB식 소통’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7.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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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 데서 출발한다.” “소통은 정서를 공유하는 노력이 전제가 된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이라야 한다.” “소통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소통은 진정성이 우러나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커다란 문제점 중 하나로 국민과의 소통부재를 꼽힌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독선적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소통이 불통’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두 번이나 사과하면서 소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되돌아 온 것은 경찰과 검찰을 동원한 억누르기였다. 경찰차 벽을 동원한 서울광장 봉쇄와 공권력을 동원한 추모객 강제해산은 ‘불통’ 그 자체였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보수언론과는 은밀히 소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 언론의 소통정치 바람몰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 초 라디오 연설을 통한 ‘임기 내 대운하 포기’ 선언을 놓고 일부 언론이 ‘소통정치 1탄’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선언이 ‘국민통합과 소통정치의 상징적인 메시지’라는 것이다. “중도실용과 국민통합, 소통정치를 위해 자신의 핵심공약을 접었다”는 평가이다. 또 윤증현 재경부 장관이 국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유보를 시사한 것도 “민심에 귀를 열은 것”이라고 부추겼다. 정말로 이를 소통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MB식 소통’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선언으로 자신과 국민의 마음을 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이 대통령은 “내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면서도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대운하에 대해 강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운하 길 닦기’라는 의구심이 없어지지 않는다. 야당들은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4대강 사업 예산 삭감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최근 이문동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진정성을 의심하고 나섰다. 운하백지화운동본부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운하인 4대강 사업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운하사업을 중단하려면 4대강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집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사실상 대운하 사업을 포기한다는 진정성 있는 발언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그 이유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뿐 더러 사업 타당성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졸속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법규마저 서둘러 바꿔 버렸다. 또한 강바닥 깊이는 바지선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이며 수중보의 높이도 사실상 댐에 버금가기 때문에 운하가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총 사업비는 지난해 말 첫 발표 때보다 60% 가까이 늘어난 22조2천억원에 이른다. 대운하 건설비용을 넘어선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기초공사로 추진하는 것이므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국민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MB선호 라디오는 일방적 홍보매체

이명박 정부는 쌍방향 통신을 거부한다. 독재정권의 일방적 홍보를 선호한다. 이 대통령이 선호하는 라디오가 일방적 홍보 매체임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4대강 살리기도 쌍방향을 무시한 채 일방적 홍보를 선택했다. ‘대한 늬우스’의 부활은 이를 잘 말해준다.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은 통제의 대상일 뿐이다. ‘대한 늬우스’ 영화관 상영이 이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니 ‘MB식 소통’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MB식 소통의 진면목은 그동안의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정책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를 좌파로 몰아 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빼버렸다. 대화와 설득 이전에 경찰부터 투입했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은 모두 징계대상이다. 시국선언을 준비 중인 공무원들에게는 징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모든 방송은 ‘이명박 찬가’만을 틀어야 한다. 도대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나를 만나고 나가면 마치 무슨 지시를 받는 것처럼 비쳐지고 해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진정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통이 결여된 사회는 불신과 원망이 싹 트고 힘의 원리가 지배한다. 권위적이고 불투명하며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데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이 대통령의 소통부재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이 대통령이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정서를 공유하고 국민을 인정하고 신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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