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낙점 인사의 결말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7.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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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 야당 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공안 경력과 도덕성 등에서 권력기관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해왔다. 시민단체들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천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내정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는 사의를 수용하고 새 인물을 고르고 있다. 이번 인사파문의 책임을 지고 정동기 민정수석이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검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청와대는 역대 최악의 인물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놓은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파격인사 또는 발탁인사라며 검찰조직을 혼란 상태에 빠뜨린 것도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도덕성 의혹 때문에 중도 사퇴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충성심에 의한 낙점 인사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천성관 후보자의 발탁은 비선(秘線)의 추천과 대통령의 낙점에 의한 소위 ‘쇄신인사’였다고 한다. 따라서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여부만 따졌지 도덕성 문제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충성심 여부만 따졌다

청와대의 인사실패는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일어났다. 측근들을 장관으로 임명했다가도덕성 문제로 3명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낙마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측근을 임명하며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 국정원장도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거친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역시 탈세혐의로 자진사퇴를 요구받은 바 있다.

천성관 후보자에 대한 경력과 도덕성에 대한 하자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언론에 의해 수없이 제기됐다. 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용산참사’를 ‘철거민의 화염병 난동’으로 몰아붙이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알렸던 ‘PD수첩’을 ‘대통령을 향한 적개심에서 제작한 조작 프로그램’으로 난도질해 권력의 충견 역할을 자임했다. 특히 ‘PD수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작가의 개인적 이메일을 공개하여 인권을 침해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천 후보자에 대해 “권력에 빌붙어 강압통치를 자행하는 최악의 인권침해인사이자 편파수사 정치검찰 표본”으로 규정했다.

천성관 후보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공안검사’이다. 지난 1993년 간첩혐의로 김낙중 전 민중당 대표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2001년 평양축전 방문단 사건에 대해 “피의자들이 북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부랴부랴 취소했다. 그는 1998년 ‘영남위원회’ 사건, 2008년 ‘여간첩 원정화’ 사건, 소설 ‘태백산맥’의 이적성 수사 등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이후에 과대 포장됐음이 밝혀졌다. 김낙중 사건에 대해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짜깁기식 수사’였다고 밝혔다. 영남위원회 사건과 원정화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 중 대부분이 무죄로 풀려났다. 태백산맥 이적성 여부는 무혐의로 판명됐다. 천성관은 엉터리 피의사실 유포하고 무리한 공안수사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책임자인 셈이다.

참여정부 인사실패 살펴봐야

천성관 후보자의 도덕성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크게 불거졌다. 천 후보자는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라 할 수 있으며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단골메뉴라 할 수 있는 병역비리 의혹과 위장전입 사실도 밝혀졌다. 천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 사퇴로 끝낼 수만은 없다. 최소한 2건의 실정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했다. 동생과 처가에서 이자 없이 8억원을 빌린 것은 증여세 500여만원을 탈루한 셈이 되므로 증여세법 위반이다. 또 위장 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주민등록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증여세법 위반은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천 후보자는 수사를 받아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실패 사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취임 3일 만에 낙마했을 때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은 모두 사표를 써서 신임을 물었다. “검증과정에 하자가 많았다”고 자책한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의 사표는 수리됐다. 노 전 대통령은 “최종적인 판단을 제가 했기 때문에 제가 책임을 져야 되는데 저는 징계절차도 없고 참 난감하다. 제 잘못이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를 계기로 장관급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청와대의 제안으로 도입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인사파문을 계기로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인사를 공직에 지명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을 낙점하는 방식을 그만두고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을 통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해야 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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